“거래는 묶어놓고 예외만 확대”…정부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
입력 2026.04.10 06:43
수정 2026.04.10 06:43
비거주 1주택자, 채찍·퇴로 동시에...대출 규제·갭투자 허용 검토
부동산 시장 내 매물 공급 유도 취지지만…토허제와 엇박
세 낀 매물, 대출도 어려워…공급 효과 ‘글쎄’
ⓒ뉴시스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하는 가운데 갭투자 예외 사례를 늘리는 모습이어서 정책 간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매물 출회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방안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을 매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채찍과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는 “1주택자들도 세놓고 있는 집을 팔고 싶은데 못 팔게 한다는 반론들이 많다”며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토허구역 내 다주택자 세 낀 매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준 조치를 1주택자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수요 자극보다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 내 기존 주택 매물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오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이후 매물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기적 성격의 비거주 1주택자들에게 규제로 보유를 압박하는 한편 매도 출구를 열어 공급을 유도하겠단 취지로 읽힌다.
비슷한 맥락으로 정부는 지난 1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해 다주택자의 수도권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면서도 올해 말까지 세 낀 매물에 대해 무주택자의 한시적 갭투자를 일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 경기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것과 충돌되는 것이어서 정책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퇴로 마련 조치에도 매물 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크다.
이미 다주택 처분을 결정한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증여나 매도에 나선 상태고, 비거주 1주택자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매도보단 거주하던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세 낀 매물의 경우 대출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매물은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만큼만 대출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상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전세퇴입자금대출이지만 한도가 최대 1억원이어서 임대차계약 종료 시 현금 여력이 충분해야만 주택 매수와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다.
입주 조건도 까다로운 데다 대출도 제한적이어서 매수 요인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토허제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정책 스텝이 꼬이는 모습”이라며 “일단 정부의 부동산 투자·투기에 대한 기준과 시장 안정화에 대한 구체적 목표도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거주하지 않은 집은 잘못됐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정책적 처방이 꼬이고 있는 것 같다”며 “매물 증가 효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