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정책] 위기 이후가 더 중요…포스트 고물가 시대
입력 2026.04.09 16:09
수정 2026.04.09 16:10
2주 휴전에도…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확보 불투명…대외 불확실성 ↑
에너지 취약성 재확인…산업 구조 개편 불가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 경제가 고유가와 물가 상승이라는 복합 충격의 파고에 직면했다. 미국과 이란 간 잠정 휴전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에너지 취약성’이 재확인된 만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호르무즈 해협 40일째 봉쇄…“휴전 동안 에너지 공급 시간확보”
호르무즈 해협이 40일째 봉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8일(한국시간) 미국과의 휴전 합의 이후에도 해협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란의 합의 미이행으로 군사적 긴장 재고조 우려는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통행료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2주간의 휴전 역시 ‘불안정한 균형’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전쟁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 수급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한계를 확인했다. 향후 2주 동안은 나프타 등 원자재를 중동 외 지역에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중동사태 장기전…“시나리오별 대응체계 갖춰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자원안보 위기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나프타 수출 제한과 석유 최고가격제 등 대응에 나섰지만 구조적 한계는 뚜렷하다.
전문가는 장기전에 대비해 한국 경제의 ‘에너지 취약성’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상승할 수 있는데, (이번 사태는) 유가라는 실물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망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정상화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공급망 확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제 회복의 속도는 즉각적이지 않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있어, 데미지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물가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 9일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석유류(9.9%) 급등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4월 경제동향을 통해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을 보이던 한국 경제가 중동 전쟁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전쟁의 향방에 따라 유가와 물가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시나리오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정부는 원자재 수급 안정화 정책을 하고 있고, 거시경제의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대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았다”며 “빠르게 종전될 수 있고 더 길어질 수 있어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시나리오를 생각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해도 고유가…“에너지 자급화·산업 구조 재편” 관건
서울시내 주유소에 주유기가 놓여 있다.ⓒ뉴시스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고유가와 물가 부담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가 불확실한 데다, 중동 내 주요 에너지 시설 피해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봉쇄와 분쟁 장기화 시 117달러, 에너지 시설 타격·확전 시 174달러로 각각 예상했다.
전문가는 중동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에너지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에너지 자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생겨 비용이 많이 오를 수 있다. 또 이번 사태로 (에너지 수입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에너지 작업화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도 문제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등을 통한 에너지 수급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