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본보기 안 돼"…개정 노조법·상법 '빈틈' 메우는 기업들
입력 2026.04.09 14:49
수정 2026.04.09 14:49
포스코 '7000명 직고용'에도 쪼개기 교섭 현실화
한화솔루션은 8439억 투입…주주행동 대응 국면
모호한 법 시행 초기...선제적 경영환경 정비 나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포스코홀딩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경영 현장을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법의 해석이 모호한 시행 초기에 ‘첫 사법 처리 사례’로 낙점돼 끌려다니느니, 과감한 고용 결단과 자본 투입을 통해 리스크가 파고들 빈틈을 선제적으로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개정법 시행과 동시에 소송이나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지점을 사전에 정리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 노동 이슈와 재계 거버넌스 개편을 각각 상징하는 포스코와 한화솔루션의 행보가 산업계 전반의 이정표가 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노란봉투법 체제 하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구조 전환을 선택했다. 전날(8일) 발표한 ‘협력사 직원 7000명 직접 고용’ 로드맵은 2011년부터 15년 가까이 이어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법적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하청 노동자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규정하며 해결 의지를 보인 지 2주 만에 나온 결정이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기존 정규직과의 처우 형평성 등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일단 사법적 불확실성을 본사 관리 체계 안으로 들여와 매듭짓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결단 직후 사법적 압박은 오히려 가팔라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의 발표 당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등이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이 다수의 하청 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하는 소위 ‘쪼개기 교섭’이 현실화된 민간 1호 사례다. 이번 결정에 따르면 포스코는 원청 노조를 포함해 매년 4개의 노조와 단체 교섭을 벌여야 한다.
결국 포스코는 또다시 개정법에 의한 새로운 교섭 리스크의 본보기가 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결정이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초 고용노동부로부터 협력업체 근로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은 상태다.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주 달튼(Dalton) 공장.ⓒ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시장의 우려 잠재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신주 7200만주를 발행해 2조376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기존 발행주식 대비 신주 비율은 약 42%에 달하고 조달 자금 가운데 약 1조5000억원이 채무 상환에 배정되면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행 주식 총수를 확대한 정기 주주총회 직후 증자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임 사외이사 선임 이틀 만에 이뤄진 의결 과정을 두고 개정 상법의 취지인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다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주주 지분율은 3%를 넘어서며 집중투표제 도입이나 이사 해임 요구 등 집단적인 실력 행사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최대주주인 ㈜한화는 유상증자 배정 물량 전량에 초과 청약까지 참여하며 최대 8439억원을 투입하는 카드를 꺼냈다. 최대주주가 직접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증자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한화는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으로 재원을 조달해 재무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한화의 사례처럼 고용과 자본을 선제 투입해 분쟁의 소지를 지우는 것이 현재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생존 전략”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규칙을 정의하며 주도권을 확보하는 리스크 관리가 향후 제조업과 거버넌스 분야의 새로운 표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