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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퍼펙트스톰-문화] “티켓 매진돼도 남는 것 없어”…환차손 덮친 국내 공연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4.08 14:14
수정 2026.04.08 15:15

계약 당시 대비 15~25% 환차손 발생

원가 상승에 따른 공연 소비 양극화 예상

중동 전쟁이 40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2023 포스트말론 내한 콘서트 현장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 장기화로 거시경제 지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3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환율 및 고유가 기조는 대규모 자본과 외화 결제가 수반되는 국내 대형 내한 공연, 오리지널 투어 뮤지컬,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의 원가 구조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대형 공연 시장은 다수의 해외 아티스트 내한 및 대형 뮤지컬 일정이 확정되어 진행 중이다. 대중음악 부문에서는 당장 5월 29일 다니엘 시저를 시작으로 킹 누(6월 20~21일), 오페셜히게단디즘(8월 8~9일) 포스트 말론(10월 2일) 등 굵직한 내한 콘서트를 비롯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까지 다수 포진되어 있다.


뮤지컬 부문 역시 해외 오리지널 팀의 투어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반기 라이선스 대작으로는 ‘프로즌’(겨울왕국)이 개막 예정이고 최근엔 ‘렘피카’ ‘빌리 엘리어트’ ‘드라큘라’ ‘헬스키친’ ‘엘리자벳’ ‘디어 에반 헨슨’ ‘콰이어 오브 맨’ ‘두 도시 이야기’ ‘레베카’ ‘시카고’ ‘식스 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키다리 아저씨’ 등이 올해 하반기까지 차례로 막을 올린다. 표면적으로는 공연 시장의 규모가 유지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환율 상승폭이 커지면서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들의 재무 부담 리스크가 심각하게 부상하는 상황이다.


실상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콘서트와 오리지널 투어, 라이선스 뮤지컬은 운영 구조상 원가 상승에 가장 취약하다. 주요 원가 항목인 무대 장비 운송비와 개런티가 모두 달러 기반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내한 콘서트 관계자 A씨는 현재 내한 공연계가 처한 상황을 “매진이 돼도 남는 게 없는 구조”라고 요약했다. 그는 “보통 투어 결정은 6개월에서 1년 전에 이뤄지는데, 계약 당시 환율 대비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약 15%에서 25%에 달하는 환차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 상승은 치명적이다. 그는 “티켓가는 심리적 저항선 때문에 쉽게 올리지 못하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굿즈는 가격 반영이 빠르다”면서 “예컨대 5만원대였던 의류 굿즈가 8만원대로 책정되는 등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양상이 나타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판권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 역시 복잡한 로열티 지출 구조로 인해 환율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 ‘위키드’ 내한 공연과 라이선스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을 올린 노민지 클립서비스 팀장은 “‘위키드’ 투어 공연은 다행히 중동 전쟁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3월에 대구 공연까지 마무리되어 직접적인 타격을 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8월 개막 예정인 ‘프로즌’에 대해서는 “무대 세트가 일부 들어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추가 반입 물량이 남아 있고, 유류비 상승으로 인한 운송료 가중과 달러 결제 로열티 부담이 목표 수익을 떨어뜨리는 지점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매출의 일정 비율을 러닝 로열티로 지급하는데,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디즈니와 같은 원작사는 로열티 요율이 매우 높아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노 팀장 역시 “공연권 유지를 위해 USD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들이 있어, 실제 공연 여부와 상관없이 환율 상승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환율·고물가 기조가 이어진다면 공연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대학로 등 현장에서는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며 “티켓가가 19만원 선까지 올랐다지만, 각종 할인을 적용하고 나면 실제 제작사가 손에 쥐는 객단가는 형편없는 수준인데 제작 원가는 오르니 수익 구조가 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리스크는 하반기 신규 작품 도입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노민지 팀장은 “최근 새로운 작품을 들여오려는 시도가 많았던 시기였는데 환경이 리스키해지면서 제작사들이 더 보수적이고 신중해질 것”이라며 “위기의 시대에는 결국 성공이 보장된 유명 대작으로만 관객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물류비, 개런티, 로열티 등 고정 비용의 상승은 향후 공연의 다양성 위축은 물론, 향후 신규 공연의 VIP석 20만원 시대 진입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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