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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총량을 쌓는 극장과 순간을 잡는 OTT [클릭 전쟁, 예고편의 진화③]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4.10 07:36
수정 2026.04.10 07:36

"지역별 정서를 설계하는 작업 함께 이뤄진다"


OTT와 극장은, 타깃도 시청 환경도 다르다. 구독자가 수만 개의 콘텐츠 사이를 스크롤하며 선택하는 구조와, 개봉일을 향해 기대를 축적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흐름이다. 그렇다면 그 화면을 채우는 예고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까.


ⓒ뉴시스·넷플릭스

극장 영화 예고편은 개봉일이라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설계된다. 티저, 캐릭터, 메인 예고편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공개를 통해 기대를 끌어올리고, 개봉 이후에는 관람 후기와 입소문으로 홍보의 축이 이동하면서 역할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반면 OTT에서는 공개 이후에도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되는 구조 속에서, 예고편은 특정 시점에 소모되는 홍보물이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마감 없이 작동하는 유입 장치로 기능한다. 극장 예고편이 개봉일을 향해 에너지를 집중하는 구조라면, OTT 예고편은 공개 이후에도 계속 누군가의 화면에 닿아야 하는 구조다.


미스터 쇼타임 김익진 감독은 "시리즈 작업을 할 때는 소스가 영화에 비해 방대하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 영화가 2시간 분량의 재료로 작업한다면 10부작 시리즈는 10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소스를 다뤄야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그는 "초반 몇 화만으로 제작해달라고 제한을 줄 때도 있지만,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후반부까지 활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글로벌 OTT의 경우 예고편 자체가 국가별로 크게 다르게 제작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대신 더빙과 자막, 카피 문구 등을 통해 각 지역 관객이 받아들이는 뉘앙스를 세밀하게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장면이라도 어떤 언어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인물의 감정이나 작품의 분위기가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텍스트와 음성 요소를 통해 지역별 정서를 설계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경쟁이 심화될수록 부작용도 따라온다. 클릭을 유도해야 하는 압력이 커질수록 예고편은 본편보다 더 자극적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생긴다. 알고리즘 안에서 선택받기 위해 강한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면, 정작 본편과의 온도 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관객이 "낚였다"고 느끼는 순간은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단기적으로는 클릭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작품 신뢰도를 갉아먹는 구조다.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관객의 선택은 더 신중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 한다"며 "그만큼 예고편 한 편이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많아지고 시장이 넓어질수록, 예고편이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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