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리스크 가시화…고유가에 경기 하방 압력 커져
입력 2026.04.07 12:00
수정 2026.04.07 12:01
한국개발연구원, 4월 경제동향 발표
중동사태로 경기 하방 위험성 커져
국제유가 급등, 공급망 불안정 여파
반도체 수출·설비투자 개선도 위태
한국개발연구원 전경.ⓒ뉴시스
중동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올해 초 소비 개선,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 등 개선 흐름이 지속됐으나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3월을 기점으로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기업심리 모두 하락…유가 상승 물가 파급 영향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2월 설의 영향으로 소매판매액에 일부 등락이 있었으나 명절 이동의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균으로는 지난해 12월(1.2%)보다 높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생산도 3.3%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7.0으로 전월(112.1) 보다 5.1%포인트(p) 하락했다.
KDI는 “유가 상승이 물가에 점차 파급되면서 향후 소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는 완만한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중동 전쟁에 따른 하방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심리도 마찬가지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후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이 제조업(77→71)과 비제조업(74→70)에서 모두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 인상…물가·항공료 등에 도미노 파급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나타나있다.ⓒ뉴시스
석유류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향후 원유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KDI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급등으로 전월(2.0%)보다 소폭 높은 2.2% 수준을 기록했다.
농산물(-5.6%)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석유류(9.9%)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키웠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월(2.3%)보다 소폭 낮은 2.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국제유가 급등은 향후 석유류 외 품목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두바이유는 1월 62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KDI는 “유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차질이 점차 반영되면서 항공료 등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은 국채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2월 2.5%에서 3월 2.7%로 집계됐다.
금융시장 역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3월 말 국고채금리(3년물)는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전월 말(3.04)보다 높은 3.55%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대로 올랐다. 안전자산 선호 및 중동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반영된 결과다.
설비투자 빨간불…중동 반도체 수출 51.3% 감소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최근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설비투자(5.3%)는 조업일수 감소로 증가폭이 축소됐으나, 1~2월 평균으로는 반도체투자 호조세에 힘입어 9.3% 증가했다. 특히 1~2월 기계류(9.1%)는 반도체제조용장비(40.0%)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동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KDI는 “3월 운송장비(13.9%)와 운송장비를 제외한 기계류(8.2%)의 수입액이 모두 증가했으나 중동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설비투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수출 역시 중동 전쟁으로 통사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3월 수출(48.3%)은 AI 관련 수요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일평균 기준으로 반도체(140.5%)와 컴퓨터(176.6%)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48.1%)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KDI는 “반도체 호조세에 힘입어 중국 57.0%, 미국 40.7%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일평균 기준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중동(–51.3%)은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로 대폭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수요 축소로 향후 수출 여건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