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학원,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폐·암에 영향 확인
입력 2026.04.07 09:31
수정 2026.04.07 09:31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보다 폐 독성 더 강해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진이 공기 중 미세·나노플라스틱과 폐 기능, 암 신호 유발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원자력의학원은 김진수 박사와 강도균(흉부외과 전문의) 공동 연구팀이 공기 중 미세·나노플라스틱의 반복 흡입 시 폐 기능 저하, 염증 유발, 암 관련 세포 신호 활성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나노플라스틱보다 폐에 더 해롭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일회용 컵, 스티로폼 등에 널리 쓰이는 폴리스티렌(PS) 소재로 만든 직경 0.25마이크로미터(㎛)의 미세플라스틱과 20나노미터(nm)의 나노플라스틱을 생쥐에 12주 동안 매주 반복 흡입시킨 뒤 6주와 12주 시점에서 폐 기능·폐 조직·혈액·유전자 발현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나노플라스틱보다 폐 조직 안에 더 오래 남아 더 넓은 부위에 걸쳐 쌓였으며 폐 기능과 신체 능력에도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생쥐는 한 번에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의 양이 더 크게 줄었고, 달리기 등 운동 능력도 나노플라스틱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폐를 생리식염수로 세척해 얻은 액체와 조직 검사에서도 미세플라스틱 노출군에서 염증 세포가 더 많이 확인되고 조직 손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폐 질환 및 암과 관련된 세포 신호 경로를 강하게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출 6주 시점부터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 물질의 분비가 늘어났고 12주 시점에는 세포 성장·증식 조절, 면역 회피, 암 줄기세포와 연관된 단백질 등 암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함께 증가했다.
이는 ‘염증→세포 과다 증식→암 관련 신호 활성화’로 이어지는 경로가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연구팀이 폐암 환자 25명의 암 조직을 분석한 결과, 실제 환자 조직에서도 다양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검출된 플라스틱은 ▲식품 용기·빨대 등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 ▲비닐봉투·페트병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스티로폼·일회용 컵 등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 등이었다.
다만 미세플라스틱 검출량과 임상 지표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아 탐색적 결과로서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는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폐 안에 장기적으로 쌓이면서 암과 관련된 세포 경로까지 변화시킬 수 있음을 처음으로 종합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나노 크기보다 조금 더 큰 미세 크기의 입자가 폐에 더 오래 머물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기존의 ‘작을수록 위험하다’는 인식을 뒤집는 결과다.
김진수 박사는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한 환경오염물질이 아니라 폐 조직에서 염증과 세포 신호 변화를 일으키는 생물학적으로 활성인 물질”이라며 “나노보다 조금 더 큰 미세플라스틱이 오히려 폐에 더 오래 쌓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세먼지와 달리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 관리 기준은 전무한 실정이다. 향후 인체 역학 연구로 범위를 넓혀 규제 근거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
한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관고유사업으로 진행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 운영 및 응용연구와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으로 진행한 ‘미세플라스틱 흡입과 폐암 발생 가능성: 입자 크기와의 상관성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