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차량 2부제 D-1…정책 효과 ‘대중교통’에 달렸다
입력 2026.04.07 09:21
수정 2026.04.07 09:21
정부, 8일부터 2부제 전격 도입
원유 수급 불안 따른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부족한 지역 큰 불편 예상
버스 증차·셔틀버스 운행 등 필요
공공기관 승용차 부제가 오는 8일 2부제(홀짝제)로 강화되는 가운데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입구에 2부제 시행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전면 시행한다. 중동 전쟁 이후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에너지 절약 조치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솔선해 국민 전반의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도 시행 전부터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우려가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2부제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승용차 이용을 홀짝제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한 차량은 공공기관 건물 내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없다. 공영주차장에는 5부제(요일제)를 적용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부제 시행으로 월 최대 8만 배럴가량의 석유 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직접적인 에너지 절감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부문이 자율 참여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공공부문만으로는 수요 억제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크고 작은 부작용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공공기관 업무 효율 저하다. 차량 이용을 제한하면 출장과 현장 점검, 민원 대응 등 외부 이동이 잦은 부서는 불편과 업무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방이나 혁신도시 공공기관은 차량 의존도가 높다. 2부제에 따른 불편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직원 차량을 이용한 출장이 줄어들면 그만큼 업무용 차량 수요도 급증한다. 출장이 잦은 기관에서는 자칫 행정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우리 회사(부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숙소에서 오는데 두 배 이상 걸린다”며 “출근 시간에는 통근 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야근이나 약속 때문에 통근차를 못 차면 그때는 불편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에 사무소를 둔 국립공원공단 등 기관도 불편이 예상된다. 직원들이 2부제 동참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고민 중이지만, 하루에 몇 번 다니지 않는 버스로는 사실상 출퇴근이 어렵다.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은 2부제, 공영주차장은 5부제를 시행하고 민간은 자율적 5부제를 유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출퇴근 교통 혼잡 문제도 예상된다. 공공기관 종사자가 많은 도시에서 이들이 동시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출퇴근 시간 지하철과 버스 혼잡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은 공직 종사자들이 많은 도시일수록 체감 불편이 클 수 있다.
민원인 불편도 살펴볼 대목이다. 공공기관 방문 제한은 물론 공영주차장 5부제로 인한 주차장 이용 제한은 필수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가장 문제는 정책 효과다. 공공부문만으로는 에너지 절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차와 하이브리드 차까지 제한 대상에 포함하면서 친환경 차량 보급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가용 운행 제한을 민간으로 확대·유도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출퇴근 시간대 버스 증차와 임시 셔틀버스 운행 등 교통 수요 분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지방이나 혁신도시 공공기관에는 기관별 탄력 운영을 허용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에만 부담을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적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재택근무 확대, 유연근무제, 카풀 활성화 등 교통 수요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대책과 병행될 때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기존 5부제와 국민 행동지침만으로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는 부족하다”며 “불편이 있더라도 수요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2부제 동참을 호소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에너지 사용 절감 관련해 “당장은 원유 수급이 절실한 만큼 경제성보다는 공급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물량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중기적으로 새로운 도입처 발굴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론 에너지 믹스 전환과 정유 설비 체질 개선을 병행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