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액 줄고 가짜뉴스 돌고…고환율로 시장 혼돈에 '휘청'
입력 2026.04.03 15:43
수정 2026.04.03 16:18
외환보유액 40억 달러 '뚝'
환율 1500원대 고착화 우려
달러 환전 규제 괴담까지 확산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이 환전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외환보유액이 환율 방어를 위한 소방수 역할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한 달 사이 40억 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 또한 두 단계 하락하며 12위로 밀려났다.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를 파고든 가짜뉴스까지 기승을 부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6년 3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36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대비 39억7000만 달러 감소한 규모다.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주요 원인은 시장 안정화 조치에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행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등 시장 안정화 조치와 더불어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이 감소하면서 전체 규모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자산별로 보면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이 3776억9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22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 순위는 세계 12위로 하락했다.
지난달 10위에서 두 계단 밀려난 수치로, 대외 건전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시장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국제 정세의 불안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절하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9원 내린 1510.8원에 개장하며 소폭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심리적 저지선인 1500원을 웃돌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26일부터 6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종가를 형성하며 고환율 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 발언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지난 1일 종전 기대감에 1501.3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발언하자마자 다시 솟구쳤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몰리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불안해지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금융권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중은행 달러 환전 규제 시작설'이 급격히 퍼졌다.
해당 소문은 기존 1일 최대 1만 달러였던 환전 한도가 1일 1만 달러, 월 1만 달러, 연 3만 달러로 대폭 축소되고, 연간 4500만원 이상은 환전이 불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특히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통제에 들어갔다는 동요가 일었다.
그러나 은행권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관련 지침을 전달한 적이 전혀 없으며, 기존 외환거래법 틀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가 현실화되려면 단순 지침이 아닌 '대통령 긴급명령'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전 한도를 그 정도로 급격히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고환율에 따른 공포 심리가 가짜뉴스와 결합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