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韓 경제, ‘퍼펙트 스톰’ 경고등
입력 2026.04.02 16:00
수정 2026.04.02 16:00
고유가·고환율·고물가 ‘삼중 압박’
에너지 의존 경제 구조, 외부 충격 취약
스태그플레이션·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긴급재정경제명령’…정부 대응 수위 주목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 위기에 놓였다. 중동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유가·고환율·고물가라는 삼중고를 직면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 특성상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빠른 진입으로 인해 향후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후의 보루로 언급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전 무산으로 고유가·고환율 지속…석유값 크게 올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통해 종전이 아닌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선물은 3.97% 올라 105.18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104달러를 기록했다.
환율 역시 1500원대를 돌파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대국민 연설 직후 원·달러 환율은 1520원대까지 올랐다.
유가 상승은 즉각적으로 생산자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9.9% 급등했다.
석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2.2%)를 0.39%(포인트)p 끌어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일부 상쇄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석유류 가격 자체는 크게 올랐다. 경유(17.0%)는 2022년 12월(21.9%) 이후 3년 3개월 만에, 휘발유(8.0%)는 지난해 1월(9.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경우의 경우 운송 등에 사용됨에 따라 상승폭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공식품도 전년 대비 1.6%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韓 경제성장률 위태
부산 남구 신선대 및 감만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경제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동사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환율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산업구조상 석유화학, 나프타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해외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는 타격이 크다”며 “고유가와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빠른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 목표였던 경제성장률 2% 실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일쇼크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지난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에너지 수급이 막혔고, 물가는 크게 올랐다. 이후 에너비 비용 인상이 누적되면서 1979년 2차 오일쇼크가 발생,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우 교수는 “70년대 오일쇼크 당시 한국 경제성장률은 반토막이 난 반면, 물가는 2배 가까이 올랐다”며 “1~2개월 정도는 자체적으로 해결이 되겠지만, 2~3개월 이상으로 길어지면 물가가 오르고, 그에 따른 사업은 줄어드는 등 생산과 소비 모두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전망치(2.1%) 보다 0.4%p 낮아졌다. 반대로 물가 상승률은 1.8%에서 2.7%로 상향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중동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제조업의 비중이 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상승과 기업의 생산비용 증대로 즉각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33년 만에 긴급재정경제명령 언급…민간 차량 부제 현실화되나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헌법 제76조에 명시된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등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해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의미한다.
이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때 발동된 바 있으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거론됐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향후 자원안보위기경보가 격상될 경우 차량 부제 시행 범위가 민간까지 확대될 것으로 가능성도 더해진다.
현재 정부는 자원안보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선 5부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