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팀' 자처하는 국민의힘 초·재선들…'침묵하는 중진'에 쏠리는 눈길
입력 2026.03.29 06:00
수정 2026.03.29 06:00
국힘 초재선 22명, 정책 공부 모임 '2830' 출범 예정
'노선변경 요구' 대안과미래 이어 초재선들 목소리↑
당내선 "초재선만 보이고 중진 안 보여" 비판도 등장
'당내 갈등 중재' 위한 '최고·중진회의 개최' 요구도
국민의힘 내 초·재선 의원 중심의 개혁파 모임인 '대안과미래' 이성권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죄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당 노선과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한 레드팀을 자처하고 나섰다. 67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에 내세울 노선·정책뿐 아니라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에서 활용할 미래 전략까지 초·재선이 중심이 돼 마련하겠다는 입장에서다. 당내에선 이 같은 초·재선 의원들의 움직임을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침묵하고 있는 중진 의원들의 역할론이 함께 분출하고 있다. 당이 어려울수록 중진 의원들이 당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역할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공부 모임 '정책 2380'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총회 겸 첫 모임을 개최한다. 외교·안보, 경제·복지, 정치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될 이번 공부 모임은 회장을 맡은 재선 박형수 의원 중심으로 22명의 초·재선 의원들이 참여한다. 첫 연사는 이명박 정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전 포항공대 총장이 맡는다.
초·재선 의원들이 공부 모임을 띄운 이유는 당의 정책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공부 모임의 이름인 '정책 2830'도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에 까지 활용될 수 있는 정책을 찾자는 의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정치적인 싸움보다는 보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면 저절로 민심이 우리에게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모임은 계파색을 최대한 배제한 점이 특징이다. 장동혁 대표나 한동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특정 계파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기보다는, 전문가 출신의 계파색이 옅은 인사를 중심으로 우선 접촉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선 의원을 포함할 경우 정치적 세력화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초·재선 중심으로 모임을 꾸렸다.
국민의힘 내에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 결성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장동혁 대표의 '윤어게인' 노선에 명확한 반대의 뜻을 전달한 개혁 성향 모임인 '대안과미래'가 있어서다. '당의 혁신을 바라는 재선 의원 모임'으로 처음 출발한 대안과미래는 간사인 이성권 의원(재선)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권영진·조은희·엄태영 의원 등 또 다른 재선 의원들도 주축으로 활동 중이다.
대안과미래는 장동혁 지도부가 12·3 비상게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지 않았을 때, 이를 종용하는 당내 레드팀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26일 장동혁 대표가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의 임기를 재연장하자 대안과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 대표와 지도부가 (절윤) 결의문의 약속을 깨고 갈등을 키웠다"라며 쓴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중진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내에선 이처럼 초·재선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에 대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부 우려하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당내에선 초·재선 의원들과 달리 침묵을 이어오고 있는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어려울수록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감각을 지닌 중진 의원들이 레드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는 최근 지방선거 공천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중진 의원들을 향해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며 컷오프(공천 배제)의 칼날을 들이밀면서 중진 홀대론이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6선 중진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되면서 중진 홀대론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 부활했지만 아직 열릴 계획이 없는 최고·중진회의의 개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은 사람을 잘라내는 정치기술이 아니라, 이길 후보를 세우는 책임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며 "당대표께 촉구드린다. 즉각 중진의원연석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이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건 우리 당이 겪고 있는 비극이다. 지금 당내에서 보이는 중진은 없지 않느냐"라며 "중진 의원들이 당에서 혜택만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갈등을 중재하거나 노선 전환 요구와 같은 당내 현안부터 정부·여당을 때릴 수 있는 모습까지 맨 앞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