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트렌드 뒤 중요해진 ‘가성비’ 예능 [D:방송 뷰]
입력 2026.03.29 14:01
수정 2026.03.29 14:01
스케일 강조한 추리 예능 '미스터리 수사단' 시리즈 주춤하는 사이
'아는 맛' 앞세운 나영석 사단의 화제몰이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제작해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 블록버스터 예능 시대를 열었다. 지하 광산을 배경으로, 맨몸 대결의 단순함을 극복한 ‘피지컬: 100’ 시리즈는 물론, 하나의 마을을 새롭게 구축해 추리 예능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는’ 재미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끈 것도 잠시, ‘스케일’만으로는 관심이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제작비도, 내용도 한층 ‘가볍게’ 풀어내 친근감을 조성하는 ‘가성비’ 예능을 함께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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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이서진의 달라달라’(이하 ‘달라달라’)는 이서진과 나영석 PD의 계획도 없고, 대본도 없는 미국 방랑기 예능이다.
15년간 예능 콘텐츠를 통해 ‘케미’를 쌓아 온 이서진과 나 PD 사단이 함께하는 예능으로 주목을 받지만, 이 콘텐츠의 시작은 ‘유튜브’였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유튜브 콘텐츠 ‘이서진의 뉴욕뉴욕’에서는 이서진과 나 PD가 뉴욕을 누볐다면 이번엔 플랫폼과 여행지를 옮겨 새로운 시청층을 겨냥한 셈이다.
플랫폼의 확장에 대해선 출연자도, 제작진도 부담이 컸다. 이서진은 “‘뉴욕뉴욕’은 유튜브였는데, 넷플릭스와 하게 돼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었다”라고 유머스럽게 부담감을 털어놨고,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예슬 PD는 “이서진의 이 시리즈는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촬영하곤 했었다. 넷플릭스에 이 같은 콘셉트를 전달하며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최신 휴대폰을 마련해 주시는 등 퀄리티를 위해 최대한 도와주셨다”라고 달라진 점을 짚었다.
두 사람의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벼워서 흥미로운 여행 예능 ‘뉴욕뉴욕’의 정체성은 유지했다. ‘뉴욕뉴욕’은 이서진의 경험과 취향을 제작진이 그저 ‘함께’ 하는 콘텐츠로, 유튜브 플랫폼으로 선을 보이는 만큼 촬영의 규모도, 내용도 ‘가벼운’ 것이 장점이었다. ‘달라달라’ 역시 이 흐름을 따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대해 나 PD는 글로벌 OTT로 플랫폼을 옮긴 것을 두고 “부담이 된다”고 표현을 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애초에 좋아해 주셨던 분들은 기존의 촬영방식과 달리 간소하게,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자유로움을 좋아해 주셨을 것이다. 진화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어떤 프로그램은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모여있을 수 있다”라고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물론, 미국이 배경인 만큼 아주 적은 제작비를 투입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서진 외 출연자는 제작진으로 구성하고, 휴대폰 촬영으로 장비를 간소화하는 등 ‘가벼움’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다. 나 PD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한 소감에 대해 “넷플릭스 측에서 ‘돈이 별로 안 들어서 괜찮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부담감을 덜었다”고 설명했는데, 그의 말처럼 ‘달라달라’가 ‘스케일’로 시청자를 ‘압도하는’ 시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역대급 스케일로 시청자들을 압도하던 넷플릭스의 앞선 예능 시도들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앞서 넷플릭스는 ‘흑백요리사’와 ‘피지컬: 100’ 시리즈를 통해 초대형 서바이벌로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른 바 있다. 더불어 ‘미스터리 수사단’ 시리즈처럼 마을 하나를 통째로 제작, 개별 프로그램만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구축해 몰입을 끌어내는 예능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며 예능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대해 왔다.
‘흑백요리사’, ‘피지컬:100’ 시리즈가 서바이벌의 재미에 세계관을 접목, 보는 재미를 키운 것이 글로벌 흥행의 이유인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미스터리 수사단’ 시리즈처럼 세계관은 ‘볼 만 해도’ 이를 채우는 내용이 부족하면 아쉬움을 사게 된다. 결국 추리 예능의 완성도를 채우는 마지막 퍼즐로 세트 및 미술의 완성도도 중요하게 꼽히지만 그럼에도 짜임새 있는 서사가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미스터리 수사단’은 시즌1, 2 모두 시청자들의 강한 호불호를 야기하며 ‘보는 맛’으로는 예능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즉, 커진 규모를 ‘탄탄한’ 내용으로 채우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전략적인’ 시도로 콘텐츠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나 PD 사단은 ‘달라달라’ 이전, 넷플릭스와의 첫 협업 콘텐츠로 이수근, 은지원, 규현의 케냐 여행기 ‘케냐 간 세끼’를 선보였다. ‘익숙한’ 여행 예능의 문법으로 넷플릭스 구독자 취향을 파고드는 시도도 그들의 또 다른 전략인 셈이다.
어느 선택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아는 맛으로 취향을 깊게 파고들 수 있지만, 새 시도가 키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색다른 시도와 익숙한 재미 사이, 적절한 선택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