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떨림, 얼굴로 번지면 '위험 신호'…반측성 안면경련 주의 [엑스레이]
입력 2026.03.29 06:00
수정 2026.03.29 06:00
눈 주변 떨림에서 시작해 얼굴 전체로 확대
국내 환자 약 2만 명…동양권에서 더 흔한 질환
전문가 “증상 반복되면 진료 미루지 말아야”
눈에 보이지 않던 질병의 징후, 생활 속 위험 신호를 X선처럼 투명하게 비춥니다. '엑스레이'는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닌, 예방과 조기 대응을 위한 '생활 속 건강 진단서'입니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시그널을 포착해, 오늘의 건강을 과학적으로 읽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눈이 계속 떨리면 피로 때문으로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한쪽 얼굴로 번진다면 신경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반복되는 눈떨림이 얼굴 전체 경련으로 이어지는 ‘반측성 안면경련’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쪽 눈떨림이 지속되거나 얼굴로 번질 경우,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신경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진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 ‘눈 떨림’과 어떻게 다를까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반측성 안면경련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약 2만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유병률은 10만 명당 약 4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한쪽 얼굴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수축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눈 주변 떨림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볼, 입꼬리, 목덜미 등 같은 쪽 얼굴 전체로 경련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눈이 감기면서 동시에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는 특이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단순 눈꺼풀 떨림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긴장하거나 대화를 할 때 더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다. 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국제적으로는 10만명당 약 10명 수준으로 보고되지만,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서양보다 상대적으로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게는 종양이나 혈관 기형이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기도 하며, 구안와사와 같은 안면신경마비 이후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중년 이후 여성에서 호발하는 경향이 있다.
정문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반측성 안면경련은 단순 근육 문제라기보다 신경과 혈관이 서로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신경혈관 압박 질환”이라며 “뇌간에서 나오는 안면신경이 주변 혈관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극받으면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해 얼굴 경련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환경 고려한 맞춤형 치료 중요”
진단에서는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경련 범위와 특성을 평가하고, 뇌 MRI나 MRA 검사로 혈관에 의한 안면신경 압박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 시 근전도검사를 통해 이상 소견을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크게 증상 조절과 근본 치료로 나뉜다. 가장 흔한 치료는 경련이 발생하는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해 수축을 줄이는 방법으로, 비교적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지만 일정 기간마다 반복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도 가능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졸림 등의 부작용으로 장기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근본적인 치료로는 ‘미세혈관감압술’이 시행된다. 이는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하고 그 사이에 완충재를 삽입해 신경 자극을 차단하는 수술이다. 전신마취 하에 귀 뒤쪽을 절개하고 두개골을 일부 열어 수술 현미경으로 신경과 혈관 접촉 부위를 분리하며, 수술 중 신경 기능 모니터링 장비를 활용해 안전성을 높인다. 수술 성공률은 약 9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얼굴 떨림은 증상 정도와 원인, 환자의 직업과 생활 환경, 기저질환, 연령, 치료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며 “얼굴 떨림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