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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최후통첩 후 5일 유예…트럼프식 '전쟁 비즈니스'에 갇힌 한국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3.24 18:58
수정 2026.03.24 19:01

美·이란 충돌 4주째…韓 향한 '동맹 청구서' 재점화 우려

日 '투자 보따리'·우리 정부 '신중론'…엇갈린 동맹 대응법

이란 대사 국회 면담 예고…국회도 중동 변수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안에 전면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시한 종료를 앞두고 공격 계획을 닷새 유예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우리 정부로선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따른 에너지·물류 충격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협 봉쇄 장기화 여부와 국제유가 변동, 우리 선박의 안전 항행 문제에서 나아가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동맹국을 향한 추가 요구로 번질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이튿날인 25일 국회를 찾아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다. 면담에는 외통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과 여야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한다.


또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당초 중국 보아오 포럼 기조연설 참석을 추진했으나 중동의 긴장 고조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최근 중동지역 군사적 충돌과 갈등으로 인해 복합적 대외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범부처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 위한 차원이다.


우리 정부는 우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에 따른 선박 안전과 에너지 수급 불안을 관리해야 한다. 다만 더 큰 부담은 트럼프식 '전쟁 비즈니스'가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어떤 형태의 추가 요구가 제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 위협과 협상 가능성을 번갈아 내비치며 동맹국의 '기여'를 사실상 조건처럼 내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처럼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지만, 트럼프식 압박에 맞선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외교 기조나 대응 전략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범부처 대응 체계 가동이라는 원론적 대응에 머문 채 사태 추이만 지켜보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에서 촉발된 위기가 길어질수록 우리를 향한 미국의 동맹 청구서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는 가운데 대치 국면은 4주째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해군 자산 파견과 파병 수준의 직접적 기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런 요구의 구조와 강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를 향한 추가 부담 압박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캐나다 등 7개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최초 발표국에서 제외된 채 성명 발표 하루 만에야 뒤늦게 동참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늑장 대응'이라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사안은 부담이 큰 군사 행동이 아니라 외교적 메시지의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해당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요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상징적 수준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해상 안전과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절충적 대응으로 해석됐다.


우리 정부의 신중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은 대조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109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내놓았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계기로 동맹국들에 파병 수준의 직접 기여까지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군사적 기여 대신 경제 협력 카드를 전면에 세운 셈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등 2차 대미 프로젝트와 에너지·희토류 등 핵심광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프로젝트 규모는 총 730억 달러(약 109조 원)로,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 규모인 360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는 2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확대회의를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전날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도 통화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보장과 긴장 완화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정부가 대미·대이란 외교채널을 동시에 가동하는 가운데서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기조에 대한 공식 입장이 제시되지 않았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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