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늘고 채무 커지고…재정 건전성 시험대 [지출의 역습②]
입력 2026.03.10 09:02
수정 2026.03.10 14:52
국채 이자 부담 커지는 나라 곳간
고령화·채무·이자 부담…재정 ‘삼중고’
전문가들 “지출 구조 점검과 재정 효율성 강화 필요”
세수 감소와 지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며 정부 재정의 균형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챗지피티
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대응과 산업 지원, 복지 확대 등 정책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가채무 증가 속도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안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중반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0%대 초반 수준이었던 재정 지표가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재정 확대를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성격의 투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정부 재정이 경제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재정 확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시중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민간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적자가 확대될수록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채무 상환 부담도 커진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게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재정 운용의 선택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정 건전성 관리가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챗지피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채 이자 부담
재정 건전성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채무 이자 비용이다. 국채 발행 규모가 확대되면서 정부가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 지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국가채무 증가와 금리 상승 영향으로 국채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국채 이자 비용은 2025년 30조원 수준을 넘어선 데 이어 2026년에는 약 36조4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저금리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글로벌 금리 상승 환경이 이어지면서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 역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자 지출이 사실상 줄이기 어려운 성격의 비용이라는 점이다. 국채가 발행되는 순간부터 이자 지급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나 정책 판단과 관계없이 매년 예산에서 우선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정 지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채 이자 부담까지 동시에 늘어날 경우 재정 운용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 여력이 줄어들수록 정부가 경기 대응이나 산업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공간도 그만큼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지피티
고령화가 밀어 올리는 재정 지출
인구 구조 변화 역시 한국 재정을 압박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5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연금과 의료, 돌봄 등 복지 지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출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늘어나는 ‘의무 지출’ 성격을 갖기 때문에 재정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 번 확대된 복지 지출은 경기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쉽게 줄이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학계에서는 이를 재정 지출의 ‘하방 경직성’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 확대가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확장 재정론자들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정부 재정이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기 전에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현재의 지출 확대가 장기적인 재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미리 소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출 확대와 함께 재정 효율성 점검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