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침공 : 하메네이는 죽었어도
입력 2026.03.02 08:30
수정 2026.03.02 10:13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추모하는 테헤란 시민들. ⓒ EPA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되지 않는다
미국이 이란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지난달 28일 아주 이른 새벽, 한국 시각으로는 28일 이른 오후의 일이다. 필자는 지난 화요일 본지 칼럼을 통해 지난달 27일 미국이 공격할 것이라 예언했는데,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필자의 예언이 얼추 맞은 셈이다. 이란의 주요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가 파괴되고, 무엇보다도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1979년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을 구출하려다 처절하게 실패한 이래 이란은 미국의 오랜 앓던 이(decayed teeth)였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모두 다루는 데 실패한 이란을 트럼프가 혼내준 것이다. 트럼프는 앞으로 이란 공격 성공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다.
미국이 공격한 이란 도시들
미국이 공격한 도시는 수도 테헤란, 이스파한, 카라지, 쿰, 케르만샤 등 5대 도시로 알려졌다. 수도 테헤란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공관을 비롯해 군 수뇌부의 집무실이 공격대상이다. 실제로 하메네이 공관이 폭격당하고 하메네이는 사망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발표했다. 아직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 하메네이 사망은 사실로 보인다. 이스파한(Isfahan)은 이란 최대 규모의 핵 연구 센터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가스 생산 시설, 탄도 미사일 조립·보관 시설이 밀집해 있다. F-14 톰캣 등 주력 전투기들이 배치된 제8 전술 공군 기지도 있어,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다. 지난해 6월 21일 B-2 스텔스 전략 폭격기를 동원한 ‘한밤의 망치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 정밀 폭격에서도 이스파한은 포함돼 있었다.
카라지(Karaj)에는 핵농축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부품을 생산하는 시설(TSA 등)이 밀집해 있다. 테헤란의 관문이자 주요 산업단지가 있어 군수 물자의 흐름을 좌우하는 요충지다. 쿰(Qom)은 인근 포르도(Fordow)에 지하 농축 시설이 있다. 서부 케르만샤(Kermanshah)는 대규모 지하 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를 갖춘 지사드(Zisad) 미사일 기지와 공격 헬기와 최신 드론 전력이 배치된 4육군 항공여단이 있다. 이스라엘이나 이라크, 요르단, 바레인, 사우디 등에 대한 보복 공격의 전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도시다.
2차 공격 대상 도시들
타격 시간도 매우 중요하다. 외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현지 시각으로는 오전 9시 전후 테헤란 도심에서 거의 동시에 세 차례 폭음이 발생했다. 군사적 효과만 노린다면 야간 공습이 효과적일 텐데, 토요일 오전에 도심 고위지도자 집무실 부근을 때린 것은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즉 이란 지도자들과 군 수뇌부에게는 공포를 주고, 테헤란 시민에게는 이란 신정과 군부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 주려는 의도로 폭격 시간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시민들의 심리적 동요를 막으려고 즉각 인터넷을 완전히 봉쇄(blackout)해 통제했지만, 테헤란 도심에서 올라가는 시커먼 연기를 가릴 수는 없었다.
이스라엘공군은 1차 폭격 3시간 30분 뒤 2차 폭격을 감행했다. 2차 폭격 대상으로는 이스라엘과 주변국에 미사일을 발사한 서부의 케르만샤를 비롯해 아라크(Arak), 나탄즈(Natanz), 남부 해안도시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가 거론된다. 케르만샤가 초토화되면 이란의 반격 역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란이 보복 공격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군과 이스라엘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라크는 중수로 원자로가 있어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이 있고, 나탄즈는 지하 깊숙이 요새화된 농축 시설에서 수만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되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상징적 장소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되나?
앞으로의 전황에서는 반다르아바스가 특히 중요하다. 경제와 물류의 숨통으로 꼽히는 항구도시요,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감시하는 기지며, 이란 해군본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직접 포격, 유조선 나포, 잠수함 공격 등 이란의 선택지는 많지만, 역시 이란은 값싸고 봉쇄 효과가 큰 기뢰 매설에 사활을 걸 것이다. 미국 역시 이란이 기뢰를 매설하지 못하게 이란 해군력 말살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해협이 막히면 세계 석유시장의 원유 가격은 2배 가까이 폭등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미국에 중요한 경제 파트너 국가들은 당장 결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자, 해상 운송 보험료가 수십 배로 폭등하고, 운임과 원유 가격은 서너 배로 뛰었다.
이란은 즉각 반격했다. 바레인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 이란이 쏜 보복 미사일이 폭발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도하(카타르), 아부다비(아랍 에미레이트) 등 친미 아랍 국가의 수도도 이란의 보복 공격의 대상이 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첫날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겠지만, 이란의 반격 역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드론을 활용한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미군 역시 저렴한 드론 공격 수단을 미리 확보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공격, 짧고 굵게!
1991년 1차 이라크 전쟁 당시 다국적군은 38일간의 공중 공격을 통해 이라크군을 무력화한 다음 지상군을 투입했다. 당시에는 쿠웨이트 해방이라는 지상 과제 때문에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했다. 이란은 영토 면적이 이라크의 4배나 되는 큰 나라로, 국토 대부분이 험준한 고원지대며, 수도인 테헤란이 해안에서 1,100km나 떨어져 있어서 특수부대의 투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정권과 군 수뇌부,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통신센터 등만 미사일이나 공습으로 타격하는 ‘짧고 굵은’ 제한적 공격으로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핵, 미사일, 해군력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언으로 미루어 2차 공습에는 반다르아바스가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도시가 파괴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타격하거나 봉쇄할 수 없어 중요한 보복 수단을 상실한다.
새해 초 미국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연행했지만, 1기까지 포함해 5년째 트럼프의 호언장담을 들어온 미국민은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트럼프로서는 미국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란 침공 외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란의 핵 시설과 미사일 발사 시설이 대부분 파괴되고,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군 수뇌부도 10명 가까이 사망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체면치레한 셈이다. 트럼프로서는, *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 확보, * 세계 석유 시장의 안정 그리고 * 이란 국내 시민 봉기가 출구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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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