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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키보드 정치…부동산 전선 격화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2.24 00:00
수정 2026.02.24 00:00

사법개혁 법안 여파 오찬 무산…온라인으로

기적의 논리 vs 억지…공급·수요 논쟁 확산

대통령 메시지 방식 문제 제기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통령, 정치 인플루언서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연일 정면 충돌하고 있다. 영수회담이 무산된 이후 국정 최고 책임자와 제1야당 대표가 엑스(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맞붙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정책 조율보다 SNS 공방이 앞서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를 통해 다주택 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야당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이에 장동혁 대표도 페이스북과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날에는 이 대통령이 야당의 부동산 기조에 "기적의 논리"라고 평가한 데 대해, 장 대표가 "기적의 억지"라고 받아치며 설전이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에도 엑스를 통해 다주택 규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장동혁 대표께서 청와대에 오시면 조용히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여쭙겠다"며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되고, 이들을 보호하며 기존의 금융 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시느냐"고 공개 저격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야당 대표를 상대로 공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엑스 메시지에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다. 보유 부동산 가운데 노모가 거주하는 고향 시골집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통령의 부동산 기조로 "새해 벽두부터 불효자는 운다"고 맞불을 놨다.


특히 지난 18일에 올린 "사회악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다주택이 돈이 되게 만든 정치인들"이라는 메시지로 논란은 한층 격화됐다. 이는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다주택자들을 사회악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두 사람은 전날까지도 SNS를 통해 부동산 공방을 벌이며 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과 임대 사업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한다는 건 기적의 논리"라는 메시지를 내자, 다음날 장 대표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 시장이 안정된다는 그 억지는, 굶주린 사람에게 '밥을 안 주면 식욕이 줄어든다'고 윽박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맞받았다. 장 대표는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몽땅 차지해서가 아니다. 이 정권의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들의 팔다리가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엑스에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며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가도 안정되는 것이 논리에 부합한다"고 적은 데 따른 공방이다.


이번 설전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공식 대화 채널이 멈춘 상황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 12일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간 청와대 오찬 회동은 회동 시간이 임박한 시점에서 무산됐다.


회동 전날인 11일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했던 '대법관 증원법'과 '재판소원법'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야당 합의 없이 강행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회동 전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강한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여당의 입법 강행 속에 대통령과의 오찬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만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을 둘러싼 시각차는 이 같은 대치 정국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으로, 매물 증가에 따른 가격 안정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야당은 해당 접근이 시장 구조와 금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환율과 대미 관세 등 중대한 경제 현안이 겹친 상황에서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부동산 이슈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두고 야당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SNS 속으로 숨지 말고 관세협상의 최전방에 나서서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정치 인플루언서가 아니다"라며 국정 우선순위와 메시지 발신 방식을 겨냥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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