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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Pick인] ‘기도처럼 → 리턴’ 앰버 글렌, 눈물로 끝난 쇼트…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밀라노 동계올림픽]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2.19 15:49
수정 2026.02.19 15:49

앰버 글렌. ⓒ AP/연합뉴스

미국 피겨 스케이팅의 아이콘 앰버 글렌(26)이 생애 첫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뼈아픈 부진으로 눈물을 쏟았다. 화려한 음악과 복귀라는 서사를 등에 업고 빙판에 섰지만, 정작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글렌은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결정적인 점프 실수로 68.32점을 받아 전체 11위에 그쳤다.


앰버 글렌은 주니어 시절 ‘천재’로 불리며 세계 피겨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으나 시니어 대뷔 후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한때 미국 대표팀에서 방출되는 시련을 겪었고, 심각한 부상과 우울증으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글렌이다.


하지만 글렌은 보란 듯이 일어났다. 24세였던 2024년에는 전미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에서 대기만성의 표본이 됐고, 특히 여자 선수로서는 드물게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며 파워풀한 기술을 빙판 위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참가한 이번 올림픽. 글렌은 피겨 스케이팅 첫 일정이었던 팀 이벤트에서 미국 대표팀 동료들과 금메달을 합작하며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시상대 위에 우뚝 섰다.


부담을 던 글렌은 이제 가장 중요한 여자 싱글에 나서 대회 2관왕 도전에 나섰다. 쇼트프로그램의 배경 음악은 마돈나의 히트곡 ‘Like a prayer(기도처럼)’. 글렌이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앰버 글렌은 현역 선수 임에도 지난 2019년 커밍아웃을 하며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밝혔다. 미국 내 파장이 일었으나 글렌은 꿋꿋했다. 어쩌면 마돈나의 'Like a Prayer'과 궤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곡은 1989년 발표 당시 종교적,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며 '자기표현의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곡으로 통하고 있다. 즉, 글렌은 이 곡을 통해 억압받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앰버 글렌. ⓒ AP/연합뉴스

여기에 글렌은 관객을 열광시키는 쇼맨십 또한 뛰어난 선수다. 전 세계 누구나 알고 있는 마돈나의 히트곡을 선택함으로써,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서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에너지를 주고받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던 것.


올림픽 직전 저작권 관련 문제가 불거졌으나 마돈나는 ‘쿨’하게 음악 사용을 허락했고, 심지어 직접 영상 메시지를 통해 “너는 훌륭한 스케이터로 강하고 아름답고 용감하다"며 "우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라고 격려할 정도였다.


그러나 글렌의 연기는 기대 이하였다. 첫 점프였던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으나 이어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으며 0점 처리, 점수가 큰 폭으로 깎이고 말았다.


결국 기술점수(TES)에서 크게 하락한 그는 68.32점, 전체 11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고,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앰버 글렌. ⓒ AFP/연합뉴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프리스케이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글렌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의미 심장한 선곡에 나섰다. 세브 맥키넌의 ‘The Return(복귀)’이 바로 그것.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올림픽 대표 탈락, 반복된 부상과 기술 난조, 심리적 슬럼프, 국제무대에서의 좌절로 인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글렌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미국 정상에 오르고, 올림픽 무대까지 섰다. ‘The Return’은 바로 앰버 글렌의 여정을 그대로 설명하는 곡이다.


쇼트프로그램의 ‘Like a prayer(기도처럼)’이 고통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는 이야기라면, 프리스케이팅 ‘The Return’은 그 기도가 끝내 응답받고, 새로운 존재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큰 좌절을 겪었으나 우여곡절과 같은 자신의 삶처럼 프리스케이팅서 본연의 모습으로 ‘리턴’할 수 있을까. 앰버 글렌이 다시 나서는 여자 프리스케이팅은 20일 오전 3시에 시작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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