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Pick인] 할아버지가 선물한 꿈…클레보의 8번째 금빛 드라마 [밀라노 동계올림픽]
입력 2026.02.14 11:54
수정 2026.02.14 11:55
'크로스컨트리의 지배자' 요한네스 클레보. ⓒ AP/연합뉴스
'크로스컨트리의 지배자' 요한네스 클레보(29, 노르웨이)가 마침내 동계 올림픽 역사의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클레보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제로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0km 인터벌 스타트 프리 종목에서 20분 36초 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우승으로 클레보는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3관왕(스키애슬론, 스프린트 클래식, 10km 프리)에 올랐으며, 개인 통산 8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했다. 클레보는 2018년 평창에서 3관왕, 2022년 베이징에서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이로써 클레보는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선배들인 비외른 델리, 마리트 비에르옌(이상 크로스컨트리), 올레 에이나르 비외른달렌(바이애슬론)이 보유한 동계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8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크로스컨트리의 지배자' 요한네스 클레보. ⓒ AP/연합뉴스
'클레보 클라임'의 압도적 위용…약점마저 극복한 황제
사실 이번 10km 인터벌 스타트 종목은 클레보에게 가장 까다로운 도전이었다. 상대와 직접 부딪히며 심리전을 펼치는 매스 스타트와 달리, 혼자 시간과 싸워야 하는 인터벌 방식은 그가 ‘가장 힘들어하는 종목’이라고 꼽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이전까지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의 이 종목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황제'는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경기 초반 페이스를 조절하며 힘을 비축한 클레보는 후반부 가파른 오르막 구간에서 특유의 폭발적인 '클레보 클라임(Klaebo Climb)'을 선보이며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산소 부족으로 눈밭에 쓰러질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은 투혼의 레이스였다.
클레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종목에서 기록을 세우게 되어 믿기지 않는다"며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크로스컨트리의 지배자' 요한네스 클레보. ⓒ AP/연합뉴스
'할아버지 코치'와 함께 쓴 성공 신화, 가족 경영의 힘
클레보가 처음 스키를 신은 건 고작 두 살 때였다. 할아버지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스키가 시작이었고, 클레보는 이내 집안을 오가며 스키의 재미를 붙였다.
클레보의 성공 비결을 논할 때 가족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스키를 선물한 할아버지는 그가 10살 때부터 훈련장까지 직접 차로 태워다 주는 든든한 조력자였고, 이후에는 메인 코치로서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했다.
단순히 기술 전수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클레보가 압박감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현장을 찾아 손자의 여덟 번째 금메달 획득을 직접 지켜봤다.
아버지는 그의 매니저로서 비즈니스와 일정을 관리하고, 동생 올라는 클레보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와 브이로그를 제작하며 그를 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이자 인플루언서로 키워내고 있다.
지금은 완벽해 보이는 크로스컨트리의 황제로 군림하지만 그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클레보는 유년 시절 또래보다 체구가 작아 12살 때까지는 많은 대회에서 우승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오르막 주법인 '클레보 클라임'을 개발하며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크로스컨트리의 지배자' 요한네스 클레보. ⓒ AP/연합뉴스
역사 갈아치울 시간 충분…아홉 번째 금메달 향한 진격
클레보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만 29세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4x7.5km 계주를 포함해 세 개의 종목을 더 남겨두고 있다.
만약 남은 경기에서 금메달을 하나만 더 추가한다면, 클레보는 전설들을 넘어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다 금메달 단독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게 된다. 노르웨이의 젊은 천재에서 이제는 지구촌 겨울 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클레보가 과연 어디까지 전진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