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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 오렌지 물결’ 영역 줄어드는 한국 쇼트트랙 [밀라노 동계올림픽]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2.15 08:58
수정 2026.02.15 08:58

네덜란드, 이번 대회서 벌써 3개 금메달 획득

세대교체 원활하지 않은 한국은 은1, 동1 고전

벌써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 쇼트트랙. ⓒ 연합뉴스

빙판 위 ‘오렌지 물결’이 거세다.


네덜란드 쇼트트랙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만 벌써 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빙상 강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쇼트트랙이 금메달 밭이라 일컬어지던 한국은 부진과 불운이 겹치며 고전하는 모양새다.


네덜란드 옌스 판트 바우트는 15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1500m 결승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은메달은 한국의 황대헌, 동메달은 어드밴스로 결승에 오른 로베르츠 크루즈베르크스(라트비아)의 몫이었다.


남자 1500m를 석권한 예슨 판트 바우트는 지난 1000m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만 2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오렌지 돌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자 개인전의 경우 단거리인 500m의 메달 색이 가려졌는데 폭발적인 주행을 선보인 네덜란드의 산드라 벨제부르가 가져갔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빙속의 영역을 쇼트트랙까지 확대, 진정한 스케이팅 지배자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네덜란드의 강세는 우연이 아니다. 과거에는 스피드스케이팅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이 쇼트트랙으로 넘어왔다면 이제는 주니어 시절부터 한 우물만 파는 육성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 또한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등교한다'는 말에서 보듯 두터운 선수층과 8개 넘는 프로팀을 보유할 정도로 철저한 시스템 속에 체계적인 선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과학도 접목시키고 있다. 네덜란드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수트 개발과 데이터 분석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2018년 평창 올림픽서 첫 금메달을 딴 뒤, 2022년 베이징 대회서 2개 금메달,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수확 중이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 획득. ⓒ 데일리안 스포츠

반면,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 초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혼성 계주에서의 충돌 불운을 시작으로, 믿었던 에이스들마저 결정적인 순간에 미끄러지거나 견제에 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쇼트트랙은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레이스 막판 빈 틈을 파고 들어 역전하는 전략이 이미 다른 국가들에 노출이 됐고,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한국의 우수한 지도자들을 영입,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


최근의 쇼트트랙 흐름은 충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파워 레이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기술'의 차이가 아닌 '체격'과 '순발력'의 싸움이 되면서, 체격 조건이 좋은 서구권 선수들이 한국식 기술까지 장착, 대세의 변화가 찾아온 것.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한국 쇼트트랙은 올림픽 때마다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했으나 최민정, 황대헌을 넘어설 인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 쇼트트랙은 파벌 싸움, 순위 담합(일명 짬짜미), 성 관련 문제 등 잊을 만하면 사건 사고가 터지며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90년대 올림픽 때마다 절반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절대강자의 수식어를 얻었고 종목이 확대된 2000년대에도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4년 소치 올림픽서 2개 금메달에 그친 것을 시작으로 2018 평창 대회서 3개, 2022년 베이징 대회서 2개 등 점점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9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끝난 가운데 금메달을 획득할 기회는 5번 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메달 획득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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