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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 무대, 한국의 옷을 입다… 깊어진 우리 서사의 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2.12 14:02
수정 2026.02.12 14:02

'몽유도원' '한복남' '서편제' '팬레터' 등 대극장 무대에

"한국 소재 뮤지컬, 글로벌 시험대에 올라"

대형 제작사가 주도하는 대극장 무대는 주로 서양 소재의 작품이나 라이선스 뮤지컬이 독점해왔으나, 최근 한국적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창작 뮤지컬들이 잇따라 올려지면서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중소극장 무대에서 축적된 실험적 시도가 대극장으로 전이된 결과다. 과거 ‘어쩌면 해피엔딩’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한국적 감수성이 지닌 상업적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쉐도우’ ‘조선의 복서’ ‘관부연락선’ ‘설공찬’ 등 중소극장에서 한국 역사의 단면이나 설화를 재해석하며 내공을 쌓아온 작품들은 한국적 서사가 대중적 소구력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뮤지컬 '몽유도원' ⓒ에이콤

중소극장의 탄탄한 서사는 이제 대극장의 압도적인 무대 메커니즘과 결합하며 화려함을 자랑한다. 최근 대극장 무대에 오른 작품들은 한국의 역사와 예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동시에, 이미 구체적인 해외 진출 로드맵까지 가동하면서 K-뮤지컬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몽유도원’은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브로 하는 고(故) 최인호 작가의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다. 도미와 아랑의 사랑과, 왕 여경의 헛된 욕망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인생의 의미를 그린다. 윤호진 연출은 이 작품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감동시킬 수 있는 소재”라고 말했고, 윤홍선 프로듀서 역시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준비한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이 작품은 국내 공연 이후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 진출을 공식화했다. 특히 브로드웨이 진출에 앞서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크 극장 공연을 예정돼 있어, 한국적 색채를 담은 대작의 글로벌 경쟁력을 시험할 전망이다.


‘몽유도원’에 앞서 이미 초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역시 한국적 색채가 짙은 대극장 뮤지컬이다. 작품은 조선시대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됐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이상훈의 동명 팩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엄홍현 프로듀서는 기자간담회 당시 “해외 진출 노력을 20년 넘게 하면서 세계적인 소재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최근 케이팝(K-POP) 외에도 한국 뮤지컬이 좋은 평가를 받는 등 흐름이 바뀐 것 같다”며 “해외에서 장영실이라는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적 상상과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팬레터’ ‘서편제’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특히 중극장에서 공연하던 ‘팬레터’는 올해 대극장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2월 22일까지 공연하고, 이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6월까지 앙코르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에 김유정, 이상 등 문인들이 속했던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수작이다.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서편제’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4년 만에 공연을 확정했다. 2022년 원작 계약 종료로 마지막 시즌 공연을 선보였던 작품이다. ‘소리’를 주제로 한 만큼 한국적 정서를 담은 음악이 두드러진다. 원작 재계약을 통해 다시 돌아오는 만큼 이번 ‘서편제’는 이러한 정서를 무대 위에서 더욱 강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극장에서 한국적 소재 뮤지컬의 창작이 이어지고, 특히 해외 진출까지 동시에 내다보는 현상을 두고 “우리 고유의 서사가 가진 글로벌 경쟁력이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국내를 넘어 한국적 소재가 글로벌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한 공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K-콘텐츠의 영향력은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글로벌 관객들에게, 한국 역사와 정서를 담은 뮤지컬은 가장 매력적인 차세대 문화 상품”이라며 “정부 역시 뮤지컬 창작 및 해외 진출 지원 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적 소재의 대극장화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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