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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다툼’ 멈춘 대중음악 협회들, 전문성 강화하고 체질 개선 본격화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2.12 11:30
수정 2026.02.12 11:30

음콘협 우승현 이사장·한음저협 이시하 회장 선임

"실리적 결과 도출이 케이팝 10년 먹거리 결정"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가 기존의 명예직·친목 중심 운영 체제를 탈피하고 실무형 전문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케이팝(K-POP)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고 AI 등 기술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과거의 인적 네트워크 위주 리더십으로는 산업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우승현 이사장(왼쪽)과 한국저작권협회 이시하 회장 ⓒ

과거 대중음악협회 단체장직은 업계 내 세력 과시나 원로 예우를 위한 상징적인 자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 과정에서 파벌 간의 대립과 운영의 불투명성이 노출되며 산업 전반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두 협회는 전문 경영인 영입과, 실무 중심의 인사를 선출하며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음콘협은 2008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문 경영인 이사장 영입을 추진했고, 이에 미디어·플랫폼 전문가 우승현 이사장을 선임했다.우 이사장은 네이버 대중문화실 실장, SMR(스마트미디어렙) 대표를 거쳐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경영 전반을 총괄한 인물이다. 플랫폼 기반 사업 전략과 콘텐츠 산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우 이사장 선임은 음콘협이 단순한 의견 수렴 기구를 넘어, 정책과 제도 개선 논의를 주도하는 ‘실행 중심 협회’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우 이사장 역시 취임과 함께 협회 운영의 3대 방향으로 ▲음악산업계의 강력한 대변인 ▲사업환경의 선제적 개선 ▲정책전문성 강화를 제시했다. 이는 산업 현안을 공론화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업계와 함께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음저협 역시 시스템 개혁과 투명성 강화를 강조한 이시하 회장을 선출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이 회장 체제 아래 협회는 신탁 관리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의 불투명성은 오랫동안 업계의 갈등 요소였으나, 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원 중심 운영 체계 구축, 인공지능 시대 대응 체계 구축 등은 물론 저작권료의 실질적인 인상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두 협회가 파벌 다툼 대신 실질적인 위기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국내 음악 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케이팝의 주 소비 시장이 국내에서 해외로, 오프라인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완전히 이동하면서 협회의 역할 역시 권익 대변이라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무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영역으로 확장됐다. 즉 협회의 기능을 ‘상징적 대표’에서 ‘실효적 실무 기구’로 재정립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의 수익 배분 협상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협상력을 갖춘 실무형 리더십은 글로벌 플랫폼의 불합리한 정산 방식을 식별하고, 창작자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도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 생성형 AI의 확산은 음악 산업에 유례없는 법적 쟁점을 던지고 있다.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 규정 구체화와 AI 생성 저작물의 권리 인정 범위 설정 등은 기술적 이해와 법리적 해석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다. 새로 구축된 실무형 체제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술이 창작자의 권리를 잠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화된 의사결정 체계는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기틀이 될 전망이다. 소모적인 내부 갈등 대신 객관적인 데이터와 법률 전문성을 앞세운 행보는 산업 전반의 대외 신뢰도를 제고한다. 이는 창작자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 안에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결과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전문 실무 체제로의 전환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기 위한 필수적인 진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협회장은 회원사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명예직에 가까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플랫폼과 수익 배분을 놓고 싸워야 하는 자리다. ‘누가 우리 편인가’보다 ‘누가 이길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관건은 실행력”이라면서 “두 협회 모두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만큼, 내부적 갈등을 끝내고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료에 대한 징수 규정 구체화 등 입법 과정에서 얼마나 실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느냐가 케이팝 산업의 향후 10년 먹거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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