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법원장 첫 유죄판결…"파기환송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694]
입력 2026.02.02 12:11
수정 2026.02.02 12:11
재판 개입 의혹 관련 직권남용죄 성립 판단한 항소심
"한 사안, 다른 판단…대법이 기준 제대로 설시해야"
45개 혐의 무죄…"검찰의 무리한 수사, 무작위 기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공동취재)ⓒ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47개 혐의 중 2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으며 나머지 45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2015년 서울남부지법이 사학연금법 조항에 대해 '한정 위헌'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공모해 이를 취소하도록 압박한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판단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 개입해 기각 판결을 유도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대법원장에게 개별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 자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직무 권한이 없으면 남용도 성립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자일 뿐 재판 사무에 직접 개입할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재판 사무에 대한 제3자의 관여 권한은 애초에 명시될 수 없는 것"이라며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헌법상 재판의 독립을 보호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 내외에서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대법원은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해 "일반적 직무 권한 밖의 행위"라며 무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관련 사건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무죄가 선고돼 상고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른 점을 두고 "이 사건이 애매한 지점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 사안으로 한 명은 처벌하고 한 명은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 기준과 이유를 상고심에서 제대로 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대법 판례와 다른 판결을 하급심이 내린 셈인데 상고심까지 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사법행정권과 관련해 대법원장의 경우에만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달리 적용하려면 그에 맞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47개 혐의 중 45개에 대해 무죄가 유지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 6년 동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19년 2월 구속기소 됐다. 당시 수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검사가 지휘했다.
최 변호사는 "형사처벌에 있어서 법원이 성역이 될 수는 없다. 잘못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맞다"면서도 "법관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직무와 관련된 문제는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무작위 기소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