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탈 UN’ 선언, 해운시장 불확실성↑…“룰 자체 변할 수도”
입력 2026.01.09 10:44
수정 2026.01.09 10:44
트럼프, 66개 국제기구 탈퇴 추진
해운 친환경 시장 불안 고조
보조금 줄이면 녹색항로도 영향
불확실성 확대…시장 다변화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탈 UN 선언’이 해운시장 불확실성을 강화하면서 단순 물동량 변화를 넘어 시장 규칙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유엔(UN) 산하기관 등 66개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66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도록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대상 66개 기구 가운데 유엔(UN) 관련 기구가 31곳, 비(非)유엔 기구가 35곳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기구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이 회원이거나 당사국으로 참여하는 모든 국제 정부 간 기구, 협약, 조약에 대한 전면 검토 결과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탈퇴로 미국 납세자의 자금 지원과 관여는 미국의 우선순위보다 세계주의적 의제를 앞세우는 기구, 또는 중요한 이슈를 비효율적·비효과적으로 다뤄 납세자 돈을 다른 방식으로 쓰는 편이 관련 임무를 더 잘 지원할 수 있는 기구들에 대해 종료될 것”이라고 했다.
해운 규칙 자체 흔들릴 수도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기구 탈퇴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한국 해운시장에 상당히 복합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물동량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해운 규칙 자체가 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근거로는 첫 번째 탈탄소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까지 해운 부문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감축하는 ‘Net-Zero Framework’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해운산업 탈탄소화 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 규제를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게 된다면 환경 규제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서도 미국을 따라 탈규제를 선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IMO 탈탄소 정책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선박 전환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 속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미국이 친환경 연료 보조금을 줄이거나 탄소 중립 항로(Green Shipping Corridors) 협력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 한국의 친환경 선박 전환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직접적 영향으로 현재 한국과 미국 간에 추진하는 태평양 횡단 녹색해운항로 역시 백지화할 수 있다. 이는 다시 한-호주 녹색해운항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은 해상 물동량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對) 중국 고율 관세 부과와 미국 우선주의로 아시아~미국 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위축이 우려된다. 이는 한국 해운사들의 주력 노선인 미주 항로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글로벌 해운사들의 얼라이언스(연합) 구성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얼라이언스가 강화할수록 가격 담합이 이뤄지는 만큼 미국이 마냥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글로벌 해운 연맹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면 한국 해운사들이 포함된 해운 동맹 영업에도 지장을 준다.
유럽연합(EU)이 IMO와 함께 계속해서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대립하면 조선·해운 업계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친환경 기조 유무에 따라 기술이 달라지고, 기술 개발의 혼선은 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
보호무역주의와 물동량 경로 재편
이런 이유로 미국의 ‘탈 UN’ 기조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압도적 기술력을 가진 친환경 선박 시장 성장 속도가 미국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단독 행동을 계속하고 화석 연료 개발을 지속하면 운반선 등 수출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내 가스 개발이 재개되면서 이를 실어 나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고 있다. LNG 선박 건조는 한국 조선 3사가 세계 시장 약 70%를 점유한 부문이라 수혜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부활에 한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인 만큼 관련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가 커질 수도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미국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기대한다.
친환경 선박 교체 시기가 늦어지면 국내 중소 선사에는 시간을 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IMO의 강력한 규제는 선주들의 노후선 교체를 압박해 왔다. 만약 미국의 반대로 규제가 완화하거나 시행이 늦춰지면, 친환경 선박 교체 시기에도 여유가 생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국제 질서에서 빠져나갈수록 한국 해운업계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며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준비해 온 전략들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민첩한 외교적 대응과 시장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