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해 지나온 보험업계…수익성 둔화가 남긴 과제들 [2025 금융결산]
입력 2025.12.31 07:02
수정 2025.12.31 07:02
본업 수익성 둔화 속 손해율·자본 부담 확대
M&A 재개됐지만, 회사별 대응은 엇갈려
일탈회계 정리·배당 제약까지 구조 변화 누적
2025년 보험업계는 실적 부진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과제가 더 선명했던 해였다. ⓒ연합뉴스
2025년 보험업계는 실적 부진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과제가 더 선명했던 해였다.
보험료 수입은 늘었지만 본업 수익성은 약화됐고, 손해율 관리와 자본 규제, 회계 기준 정비가 동시에 작동하며 보험사들의 경영 환경은 한층 복잡해졌다.
외형 성장보다 구조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우선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 관련기사 보기
보험사 배당 막는 ‘해약환급금준비금’…신계약 늘수록 주주 몫 줄어드는 역설
연임으로 마무리된 보험사 CEO 인사…이제 시험대는 내년
은행엔 기회, 보험사엔 부담…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엇갈린 업권 셈법
3분기 보험사 누적 순익 11조원…전년 대비 15.2%↓
‘투자손익이 버텼다’…지주계 보험사, 본업 부진 속 실적 방어
숫자는 줄었고, 보험영업의 부담은 커졌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보험사의 누적 순이익은 11조291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2% 감소했다.
수입보험료는 183조3829억원으로 8.4% 늘었지만, 보험영업 손익이 급격히 둔화되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생명보험사의 보험손익은 3조82억원으로 20.9% 줄었고, 손해보험사는 4조9789억원으로 35.6% 감소했다.
투자손익이 각각 19.4%, 29.4% 증가하며 순이익 감소 폭을 일부 완충했지만, 본업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권별로 보면 손보사의 부진이 더 두드러졌다. 1~3분기 생보사 순이익은 4조8301억원으로 8.3% 감소에 그친 반면, 손보사는 6조4610억원으로 19.6% 줄었다.
실손·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손익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손해율과 자본 규제가 동시에 작동한 구조
보험사들의 실적 둔화는 손해율 문제와 맞물려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19.3%로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보험 역시 정비수가 인상과 경상환자 과잉진료 등의 영향으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비급여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화하고, 건강보험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보험료 인상 여력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맞물려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손해율 개선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부담은 이어졌다. 지급여력(K-ICS·킥스)제도 하에서 보험부채 평가 변동성이 커지며 자본 관리 부담이 확대되자, 보험사들은 자본성증권 발행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보험업계 M&A, 다시 움직였지만 방향은 제각각
침체됐던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은 올해 들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중장기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며 업계 5위권 생보사 출범을 예고했다.
해외와 비보험 영역으로의 확장도 이어졌다. DB손해보험은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를 인수하며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했고,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을 인수하며 금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삼성화재 역시 영국 로이즈 보험사 캐노피우스 지분 투자로 재보험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모든 매물이 순조롭게 새 주인을 찾은 것은 아니다. MG손해보험은 매각이 불발돼 예별손보로 계약과 자산이 이전된 뒤, 계약이전과 공개 매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재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손보와 KDB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건전성 이슈와 구조조정 부담 속에 매각이 지연되는 흐름을 보였다.
‘예외’는 끝났다…IFRS17 원칙으로 복귀
회계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정리가 이뤄졌다. 생명보험업계 전반에 한시적으로 허용돼 온 이른바 ‘일탈회계’가 올해 결산부터 중단되면서 IFRS17 원칙회계 체계로의 복귀가 확정됐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 초기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예외를 허용했지만, 제도가 안착한 만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이 아닌, 원칙 회계 기준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
2023~2024년 재무제표 역시 비교 가능성을 위해 새 기준으로 재작성된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보험사의 자본 비율과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회계 처리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효과에 무게가 실린다.
판매 채널과 배당 여건에서도 구조 변화 조짐
이외에도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판매 규제 추가 완화를 검토하면서, 은행권은 비이자수익 확대 기대를 드러내는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대형사 중심 쏠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온다.
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며 배당 여건도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신계약 확대가 이익 증가로 직결되지 않고, 배당 재원을 제약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보험사의 주주환원 여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은 단기 실적보다 보험사가 돈을 벌고 쌓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가 더 분명해진 해였다”며 “내년 이후 경쟁력은 손해율 관리와 자본 운용, 제도 대응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