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참사 종합지원대책 확정…국가 배상체계로 전환
입력 2025.12.24 12:01
수정 2025.12.24 12:01
가습기살균제 사건 ‘참사’ 규정
국가 주도 추모사업 본격 추진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로 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최초로 확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1월 30일 기준으로 피해를 신청한 8035명 가운데 5942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했다.
정부는 2020년 9월 기존 폐 관련 특정질환 중심에서 연계된 관련 질환과 후유증까지 인정하는 개별 판정체계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인정 질환 중 호흡기계 외 질환 비율이 2014년부터 0.8%에 불과하던 것이 2020년 9월 이후 21.9%까지 확대됐다.
구제급여 지급 항목도 2014년 4종에서 2020년 8종으로 확대했다. 지급액도 상향하는 등 신속한 피해 구제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6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가책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됐지만 그간의 정부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참사 공동책임자로서 국가의 역할이 미흡했고 국가책임 인정 이후에도 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신속히 전환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교육, 국방, 질병 등 다양한 요구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기에는 단일부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15년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현행 피해구제 제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종합지원 대책을 통해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범부처 협업을 통해 피해자 맞춤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책임 강화 및 배상체계 전환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피해구제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면 전환한다.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인 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지급한다. 피해자 건강 특성을 고려해 배상금 수령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
피해자는 일시금 수령 방식 또는 일부 금액을 먼저 받은 뒤 치료비를 따로 받는 방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가 주도 추모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목적에 추모를 추가하고 추후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모일을 지정, 공식 추모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손해배상 책임을 기존 기업 단독에서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국가 역할을 대폭 강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한다. 2021년 이후 중단한 정부 출연을 2026년 100억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한다.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 기간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한다.
범부처 협업으로 생애 전주기 지원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전담반(TF)를 구성, 각 부처 소관 개선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중·고등학교 진학 때 기존 추첨 방식 대신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하면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교 등록금을 일부 지원한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개정을 통해 질병 결석 인정 사유를 명확히 한다. 특히 질병 결석 인정 사유를 병원 진료에서 질환으로 인해 가정에서 요양 또는 정신건강 진단(모니터링) 참석까지 확대한다.
국방 의무를 이행하는 피해 청년은 건강 특성을 충실히 고려한 판정 체계를 마련한다. 사회복무요원은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근무지는 제외한다. 현역으로 입대하면 소총, 박격포 등 신체활동이 많이 필요한 주특기는 제외한다.
사회에 진출하는 피해 청년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도전 지원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 취업지원 사업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자는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본인일부 부담금은 치료비 대납을 통해, 피해자가 치료비를 먼저 납부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정산받는 불편을 해소한다. 일터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휴가도 보장된다.
평생 중증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성장 과정 중 건강 상태를 분석해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경우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건강 피해 인과관계 연구를 호흡기계 중심에서 만성 및 전신질환과 그 후유증까지 확대한다.
전문성‧소통 강화로 피해자 신뢰 회복
그동안 지적된 전문성 부족 및 행정절차 지연 등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직도 개편한다.
기존 ‘환경보건처’를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해 가습기살균제‧석면‧환경오염피해 발굴에서 지원까지 전담하는 기구로 개편한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담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전문 인력 충원을 검토한다.
피해자 간 소통과 건강정보 제공 등을 위해 마련한 소통공간(서울)을 활성화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 내 소통팀 운영 및 온라인 간담회 등으로 상시 소통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6년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방식 전면 전환 원년으로 삼고,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며 국회와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