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구'는 누구?…재판부가 던진 질문, LG家 윤관 송사 흔든다
입력 2025.12.12 15:39
수정 2025.12.12 15:39
123억원대 종합소득세 부과 불복 항소심 열려
윤관 측 "국조법 상 과세 요건 충족되지 않아"
재판부 "지분 60% 가진 '비비안 구'는 누구?"
윤관 여러 송사에 '경제 공동체' 키워드 부상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얽힌 여러 송사(訟事)에 '경제공동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고 있다.
윤관 대표가 123억원대 종합소득세 부과에 불복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이 12일 열렸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1-1부(윤승은 차문호 박형준 부장판사)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비비안 구(Vivian Koo)'의 실체와 지분 구조 실질을 원고 측에 거듭 요구했다.
이 사건은 세무당국이 윤 대표가 2016~2020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을 신고 누락한 것으로 보고 123억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데서 출발한다. 조세심판원은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한 윤 대표의 주장을 기각했고, 1심 법원도 윤 대표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하며 세무당국 손을 들어줬다.
윤 대표는 항소심에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상 과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국조법상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배당간주 규정에 따라 과세하려면 윤 대표가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BRV케이만' 지분 50% 이상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BRV케이만은 자회사 BRV홍콩과 BRV홍콩의 자회사 BRV코리아를 통해 BRV펀드를 관리하고 운영한다. 윤 대표 측은 자신과 친누나 지분을 합쳐 40%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과세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비비안 구' 실질 밝히지 않은 윤관 측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 뒤에 감춰진 또다른 인물에 주목하고 있다. BRV케이만 지분 60%를 보유한 것으로 기록된 '비비안 구'다. 그는 1심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인물이지만, 항소심에 접어들며 사건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했다.
BRV케이만은 2012년 설립 당시 윤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했으나, 2013년 '이해 상충 방지'를 이유로 BRV홍콩 직원에게 지분 60%가 양도됐다. 이 지분은 2015년 다시 비비안 구에게 넘어갔고, 이후 구조는 비비안 구 60%, 윤 대표와 친누나 각각 20%로 재편됐다.
핵심은 결국 비비안 구의 지분 60%의 실질적인 역할이다. '비비안 구'가 누구인지, 실제 의사결정에 참여했는지, 지분 양도 대가나 경영적 이해관계가 존재했는지 등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윤 대표의 국조법상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배당간주 규정 적용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
'비비안 구'가 본명인지, 나이와 국적은 어떠한지 등 명확한 신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비비안 '구(Koo)'로 불린다는 점에서 아내 구연경 대표 혹은, 그의 최측근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1·2차 기일 모두에서 "원고 스스로 비비안 구에 대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 측 제출 자료에서 비비안 구·윤 대표·윤 대표 누나의 지분 비율이 2:2:6으로 기재된 점을 언급하며, "기존 진술과 다른, 다시 말해 비비안 구가 실질 지배자인지를 알려면 지분 구조가 어떻게 변경이 됐는지 등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비안 구의 지분 구성과 그 실질적 귀속 관계가 서류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재판부가 지분 구조 전반의 실체를 더욱 면밀히 살펴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앞선 1차 변론기일에서 윤관 측은 구연경 대표와 사실상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윤 대표 측 변호인은 "경제적인 의식주를 아내(구연경) 측에서 다 해결했고, 원고(윤관)는 주로 국외에서 중요한 직업 활동을 하고 있어 경제적인 면이 사실은 분리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1심 판결에서 패소의 근거 중 하나로 알려진 '가족의 국내 거주'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표는 별도의 형사 사건에서 아내 구연경 대표와 함께 법정에 서 있다. 구 대표는 남편으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매수, 미실현 이익 약 1억원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윤 대표가 정보 전달자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의 재판부는 검찰 측에 지속적으로 부부가 정보를 주고받은 경로에 대해 밝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경제공동체인 부부 사이에 구두로 이 같은 정보가 오갔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대표 개인과 부부를 둘러싼 일련의 재판에서 '경제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항소심 재판부가 집요하게 '비비안 구'의 실체를 요구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당장 비비안 구의 실질이 규명된다면, 국조법상 특수관계 여부도, 과세 요건의 성립 여부도 확증이 명확해진다.
결국 재판부의 질문은 '경제 공동체'라는 키워드 아래 사건의 실질을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