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해수부, 북극항로·해양 수도 개척도 ‘격랑’ 속으로
입력 2025.12.11 10:41
수정 2025.12.11 10:41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 전재수 장관
귀국 후 인천공항서 전격 사의 표명
부산 이전·북극항로 개척도 안갯속
당분간 대행 체제로 돌파구 찾을 듯
해양수산부가 8일부터 부산으로 이전을 시작하면서 정부세종청사 항만물류국 사무실이 비어 있는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해수부 부산 시대가 문도 열어보기 전에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중차대한 목표를 애초 계획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11일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전격 사의를 표했다. 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다.
전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통일교로부터 수 천 만원의 현금과 명품 시계 2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9일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통일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알려졌다.
특검 수사보고서에는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이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4000만원의 현금과 까르띠에 등 명품 시계 2점을 전 장관에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금품 수수 의혹이 알려지자 전 장관은 즉각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UN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무르던 전 장관은 9일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저를 향해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이며,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며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장관은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장관직 사의’라는 배수의 진을 펼쳤다. 그는 11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면서도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금품 수수 의혹이) 허위 사실에 근거한 것이지만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금품 수수 의혹은) 추후 수사 형태든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해서 국민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북극항로 선봉 섰던 장관 ‘사의’로 후폭풍 불가피
해수부 부산 이전을 주도해 온 장관이 사임하면서 이사가 한창인 해수부로서는 동요가 불가피하다. 부산 청사 개청식과 새해 업무보고 등 굵직한 현안을 ‘대행 체제’로 대응해야 한다.
해수부는 지난 8일부터 부산 이전을 본격 시작한 상태다. 다음 주까지 이사를 모두 마치고 오는 23일에는 개청식을 예정하고 있다. 개청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장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청식을 하거나, 개청식 자체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생겼다.
업무보고도 마찬가지다. 전 장관은 해수부 개청식 때 대통령에게 내년도 해수부 주요 사업에 대한 보고를 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의 표명으로 변수가 생겼다. 사표 수리가 이뤄지면 차관이 장관을 대행하는 체제로 새해를 맞아야 한다.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하면 차기 장관 임명까지 최소 두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개척은 더욱 큰 문제다. 최근 해수부는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1급 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극항로 기획단(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에서 직원을 파견받고, 해수부가 북극항로 업무를 총망라하는 형태다.
전 장관은 북극항로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부터 북극항로 개척을 공약화하고 실제 추진을 주도해 온 사람이다. 장관 취임 때부터 최근까지 북극항로 개척 당위성을 역설하고, 대내외 홍보를 직접 도맡아 왔다.
결과적으로 전 장관이 ‘금품 수수 혐의’라는 악재로 물러나기로 하면서 해수부 부산 시대 개막, 북극항로 개척 등이 애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미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은 장관 사의 여부와 관계없이 추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며 “(향후 방향은) 일단 지금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