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차주만 증가할 수 밖에"…높아진 대출 문턱 [늘고늘고…금융불안③]
입력 2025.10.23 07:17
수정 2025.10.23 07:17
신용점수 인플레이션…1년 새 '껑충'
대출 총량 줄었는데 건전성도 챙겨야
10.15 대책까지…'그림의 떡' 된 주담대
이재명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곳곳에서 왜곡된 풍선 효과를 낳고 있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규제를 강화했지만, 정작 시장은 더 불안해진 모양새다. 1금융권 문턱은 높아졌고, 서민은 2금융권으로 내몰렸다. 일부는 2금융권마저 막히면서 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았다. 은행이 막히자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집을 막자 주식으로 ‘빚투’ 하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 정책의 칼날은 아직까지 과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실수요자와 서민의 숨통만 조이고 있다. 데일리안은 대출 규제가 불러온 ‘늘어가는 금융 불안’의 그림자를 4편 기획으로 집중 파헤쳐 본다. [편집자주]
국내 5대 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1년 새 11점 치솟았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잇따르면서 은행권의 서민 대출 문턱이 치솟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동시에 건전성 관리에도 나서면서, 신용점수가 최상위권인 '우량 차주' 모시기에만 집중하면서다.
이로 인해 정책의 방향과는 다르게 정작 대출이 절실한 중·저신용 서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지난달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KCB 기준)는 950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939점)보다 11점이나 급등한 수치다.
KCB 신용점수 기준에 따르면 942점 이상은 1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도 초우량 차주들만 대출을 승인받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신용점수 상승세는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대책'을 발표한 이후 더욱 가팔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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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상환 능력이 확실한 차주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대출 심사에 나선 결과다.
규제로 대출을 못받는 차주들이 늘어난 동시에, 강력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도 맞물리면서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우량 차주 선별에 나선 것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은행별로 내줄 수 있는 대출 총량이 대폭 줄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한정된 재원 속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체 가능성이 희박한 고신용·고소득 차주에게 대출을 우선 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기에도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대출금리를 쉽사리 낮출 수 없다는 점도 요인이다.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차주의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 위험도 함께 커진 상황이다.
은행으로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대출 심사 기준을 높여 '옥석 가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서민 실수요자들이 금융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점수가 700~800점대인 중신용자들은 물론, 900점대 초반의 고신용자들마저 우량 차주 경쟁에서 밀려나며 1금융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0월 규제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평균 신용점수는 이보다 더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고강도 규제가 지속되는 한 서민들의 자금 경색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