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프로 “주니어 골프 레슨은 교감이 가장 중요” [인터뷰]
입력 2025.03.17 13:34
수정 2025.03.17 13:44
내 몸 인지하는 것이 먼저, 고른 신체발달 중요
해외 부모들 한국의 체계적인 트레이닝 방식 선호
투어에서 활약 중인 프로 선수들에게 ‘언제부터 골프를 시작했나’라고 물으면 대부분 “초등학생 때”라는 답이 돌아온다.
실제로 나이가 어릴수록 몸이 유연하기 때문에 골프 스윙을 체득하는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굳이 선수로 키우지 않더라도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라 성장기 아이들의 집중력과 정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지혜 프로는 서울 강남 압구정에서 주니어 선수 위주로 골프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골프 지도자 연수 심화과정을 수료했고, 어린이와 청소년, 엘리트 골퍼의 신체 발달과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문 트레이닝 프로그램(TPI CERTIFIED JUNIOR COACH) 자격증(레벨3)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이해하고 더 전문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아동발달전문지도사(1급) 자격증까지 따며 주니어 골프에 진심이다.
내 아이가 골프를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주니어 선수들의 맞춤형 레슨은 무엇인지, 이지혜 프로를 지난 11일 던롭프라이빗센터 청담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골프를 언제부터 배웠고, 레슨 프로로 접어든 계기도 궁금하다.
이지혜 프로 : 중학생인 15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다른 선수들처럼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대회에 참가도 했다. 그러다 첫 프로 선발전을 나갔는데 너무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선수보다는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이후 번번이 탈락했지만 프로 선발전 도전은 계속됐다. 이때 스트레스가 너무 컸고 심정지가 올 정도였다. 결국 대회 출전을 잠시 내려놓고 대학에 진학했다. 일찍부터 레슨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는데 TPI도 이때 시작했다. 23세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대부분 40대 이상의 프로님들이었으니 매우 이른 시기에 준비한 셈이다.
그러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선수로서는 이미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한 달 준비해서 나간 선발전에서 덜컥 합격을 했다. 오히려 내려놓으니 목표에 도달한 것이었고, 그만큼 너무 허무했다.
Q : 역시 골프는 멘탈 스포츠인 것 같다.
이지혜 프로 : 기술적으로 완성이 되어 있더라도 막상 대회에 나가면 크게 긴장하는 선수들이 있다. 내가 바로 그랬다. 한 번은 세미나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사람마다 심박수를 측정했을 때 좀 더 빠르게 나오는 유형이 있다더라. 이들은 긴장된 상황에서 심장이 더 빨리 뛰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고 내가 여기에 해당이 됐다.
Q : 그렇게 프로 선수보다는 레슨 프로의 길을 택했다.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경험을 했을 텐데 재밌는 일화 하나만 소개해 달라.
이지혜 프로 :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아이들의 사례를 꼽고 싶다. SNS 메시지로 레슨 문의가 왔고 내게 9세 아들과 7세 딸을 맡기고 싶다 했다.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으나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아이 교육은 가르침보다 교감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과 너무 재밌게 레슨을 진행했다. 나 역시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이들이 거주하는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정도였다. 그곳에서도 즐겁게 필드 레슨을 펼쳤고 아예 한국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는 답을 들었다. 이들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프로님께 소개해드렸다. 너무 뿌듯했다.
Q : 다른 나라에도 선수가 되기 위한 전문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있을 텐데?
이지혜 프로 : 주니어 골퍼를 둔 부모들의 경우 한국의 트레이닝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꽤 많다. 선수 육성을 전문적으로 하는 우리나라 프로들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가르치며 전자장비 등 과학적인 부분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반면, 스파르타 문화 또는 너무 자유분방한 레슨이 이어지는 국가들이 있다. 한국은 중간 단계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주니어 골퍼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다.

Q : 우리 아이를 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했을 때 적정 연령은 몇 살인가. 골프 또한 소위 말하는 ‘재능러’가 있다고 보나.
이지혜 프로 :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너무 어린 아이가 골프채를 어떻게 들고 다니냐 할 수 있는데 주니어용 골프채가 따로 있고 피팅을 아이에 맞추면 된다.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분명히 있다. 앞서 얘기했던 중국인 여자아이 히샤미가 바로 그렇다. 이 아이를 7살 때 만났는데 보자마자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몸을 쓰는 게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고 멘탈도 아주 좋다. 히샤미는 공을 치기 전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골프에서는 때론 무모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바꿔 말하면 용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히샤미가 그런 아이다. 기대대로 잘 성장한다면 큰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Q : 재능을 가진 선수를 만나는 것이야 말로 지도자 입장에서 행운이자 축복일 것 같다. 반대로 선수 역시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이지혜 프로 : 재능은 분명 타고나야 한다. 그리고 이 재능을 끌어올릴 시기 또한 분명하게 존재한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잠재력도 달라진다고 본다.
가령 골프에 재능이 있다고 골프채만 손에 쥐어주는 것이 아닌 내 몸을 정확히 인지하고 신체를 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먼저다. 운동신경이 발달을 하려면 우선 맨몸으로 걷고 뛰고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캐치볼도 좋고 라켓을 잡아보는 것도 좋다. 이를 다 건너뛰고 골프채부터 잡는다면 중간을 건너뛰는 것이라 본다. 내 몸이 어떻게 사용되고 손발이 어디 있지는 인지하는 게 우선이다.
이와 관련한 일화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5학년이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방학 기간을 이용해 3개월을 가르쳤다. 운동신경이 좋은 친구라 금방 배웠고 아이 또한 골프에 재미를 붙여 연습 시간을 넘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제주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게 됐고 방학 때만 와서 레슨을 진행했다. 제주에 있는 동안 골프채를 잡아보지도 않았는데 너무 잘 쳤다. 이와 관련해 물으니 럭비나 배구 등 다른 운동들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한 가지 운동보다 다양하게 접해 고루 발전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
Q : 부모 손에 이끌려 억지로 오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
이지혜 프로 : 당연히 있다. 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고 골프가 필요하니 미리 배우게 하는 경우다. 이런 아이들에게 골프는 고역이다. 심지어 타석에서 우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면 일단 어머니에게 다른 곳에 가 계시라 말씀드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레슨을 그만 배우더라도 엄마를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작정 안 하겠다라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을 해준다. 그리고 달성 가능한 쉬운 목표를 제시하는 등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주는 수업을 진행한다. 그럼에도 재미를 붙이지 못하면 어머니께 솔직하게 말씀 드린다. 비록 레슨이 조기에 끝나 아쉬웠지만 아이들과는 교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Q : 주니어 골프 레슨을 진행하는데 있어 자신만의 철학을 정리하자면?
이지혜 프로 : 아이들이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를 기반으로 한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흥미를 돋우기 위해 배지와 스탬프북 챌린지를 도입했고, 이는 입문부터 중급과정까지의 레벨이 있다. 이를 통해 흥미와 자신감이 향상되도록 지도한다.
Q : 장비는 어떤 걸 사용하나?
이지혜 프로 : 2023년부터 팀 스릭슨(SRIXON) 소속이다. 스릭슨이 추구하는 철학과 내 골프 철학이 잘 맞는다 생각한다. 스릭슨은 보다 진지하게 소속 프로들을 대하고 자기계발에 열심히 임하는 프로들을 선호한다.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오래 가는 것도 나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소속 프로들을 상대로 격주에 한 번 교육을 펼치는데 이 부분이 참 좋다. 레슨 프로 입장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많은 도움이 된다.
골프채는 아이언의 손맛이 너무 좋다. 뭐랄까, 쫀득하고 해야 할까. 공이 채에 맞는 순간 딱 붙었다가 떨어지는 특유의 타구감이 있다. 마치 고급 수제 아이언을 치는 느낌이다. 당연히 스릭슨을 사용하고 유의미하게 스코어도 좋아졌다. 스릭슨을 써본 주위 동료들도 장비에 대한 애정이 매우 높다고 한다.
Q : 마지막 질문이다. 나에게 골프란?
이지혜 프로 : 남편과 같은 존재다. 곁에 있으면 귀찮은데 없으면 서운하고 찾게 된다. 골프는 언제나 나를 안주하지 않게 하고 늘 긴장감을 갖게 만든다. 좋은 지도자가 되고픈 꿈이 있고 남을 가르치는 게 골프를 직접 치는 것보다 재밌다. 나는 레슨 프로의 길을 걷고 있고, 골프는 나에게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