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1기 축소 수정안 제시에도 야당 몽니에 수립 난망 [발목 잡힌 전기본]
입력 2025.02.06 10:52
수정 2025.02.06 10:53
역대 전기본 중 가장 늦은 처리 불명예
민주당, 당 내부 의견 최종적 확정 못해
여당, 정부 원전 축소안 제시에 난색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발전소.ⓒ뉴시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사상 초유의 지연 사태를 겪고 있다. 정부가 지난 달 초 신규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국회에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의 몽니에 수립 가능성은 여전히 안개속 흐름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말 제11차 전기본(2024~2037년)의 국회 보고를 마치고 확정지을 계획이었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한 데 이어 9월 공청회까지 마쳤다. 전기본은 국회 상임위 보고와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11차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고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며 보고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쟁이 격화됐고 탄핵정국까지 맞으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11차 전기본 확정 절차는 역대 전기본 중 가장 늦은 처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게됐다. 이전에 가장 늦게 확정된 10차 전기본(2022~2036년)도 1월 중순에는 결론을 내리고 확정했지만 11차 전기본의 확정은 이달 내에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11차 전기본의 조속한 수립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전기본 수립이 이렇게까지 늦춰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늦춰지면 산업계나 시장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특히 정부는 야당이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함에 따라 신규 대형원전 건설 목표를 3개호기에서 2개호기로 줄이고 2038년까지 태양광 2.4GW(기가와트)를 확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이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민주당 의원실을 일일이 돌며 신규 원전이 축소된 수정안 내용과 전기본 확정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기로 했다.
다만 산업부의 수정안 제안 후에도 국회 보고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상임위 개최까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내부에서 의견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정책조정위 회의에 이어 16일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 대책 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이날 원전 정책에 대한 당론 교통정리를 위해 참석할 것으로 예정돼있던 이재명 대표가 불참하면서 당 지도부 내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여당에서는 그동안 당정이 원전 생태계 복원과 신규 원전 건설 확대로 정책 보폭을 맞춰왔는데 정부가 원전을 축소하는 안을 제시한데 대해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의견을 받은 현행 계획 유지를 요구하며 조정안에 대해 국회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업계에선 11차 전기본이 확정되지 못하면 에너지·발전 관련 신규투자 계획까지 미뤄져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의 기본 틀인 전기본 수립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송전망 투자부터 가스 수급, 재생에너지 구축 등 사업 전반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