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회심의 '민생' 기자회견, 尹·이진숙·사법시계 '3콤보'에 묻혔다
입력 2025.01.24 00:40
수정 2025.01.24 00:40
기자회견서 화두될 '강력한 한방' 부재
설상가상 회견 중 방통위원장 탄핵기각
尹~김용현 전 장관 조우도 시선 앗아가
선거법 2심까지 2월 26일 결심공판키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조기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지율 위기 돌파를 위한 정국 수습 방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과 외교 메시지에 주력하면서, 잇단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 고전은 국민의 뜻인 만큼 겸허히 수용하겠단 뜻도 강조했다.
다만 기자회견과 관련 특별한 한방이 없었단 정치권 안팎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의 기자회견 자체도 다른 정치 현안이 블랙홀처럼 이슈를 가져가면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과 민생을 제대로 살필 수 있다는 수권 정당으로의 면모를 강조하면서, 야권 지지층을 결집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기자회견 도중에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며 이진숙 위원장이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를 당했던 이 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억지 탄핵'이라며 맹공을 가했고, 원래대로라면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가져갔을 스포트라이트의 일부분을 이 위원장 복귀 이슈가 가져갔다.
동시에 이날 오후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출석을 위해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2인자'로 평가받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심판정에 서면서, 두 사람의 조우에 초미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자회견 흥행을 묻을 또 다른 정치현안은 다름 아닌 이 대표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과 관련한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발생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했고,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달 26일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3월 말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이어 6월에 대법원에서 최종형이 확정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항소심이 나오기 이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이끌어내고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당하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 출마를 할 수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대표를 주자로 한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6월 전에 어떻게든 탄핵을 시켜야만 하는 시간표에 마주하게 됐다.
이 대표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차기 민주당의 집권을 고려한 듯 "단 한 방울의 피 흘림 없이, 세계사에 없던 평화로운 과정을 거쳐 주권을 거역한 권력자를 끌어내는 빛의 혁명을 수행중"이란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이 대표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현실적 실용주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냐"라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다. 새로운 성장이 '진정한 민주공화국' '함께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질의응답에서 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이전으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권에 대해 체포·구속되고 탄핵심판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보는 국민께서 이제 민주당에 대해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의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고개를 드는 것에 대해선 "이를 일극 체제라고 할지 아니면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기한 한미동맹 이슈와 관련해서는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란 생각"이라며 "한미동맹 강화와 발전은 우리 민주당의 전통적 입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회견과 관련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임팩트를 느끼려면 주목을 받아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헌법재판소에서의 조우,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기각 이런 것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정도의 매우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이슈를 던졌어야만 묻히지 않는다. 이날 이슈들이 많았어서 (이 대표의 기자회견과 영향력은) 묻힐 확률이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곳곳에선 이 대표의 기자회견 외에도 '민생' '외교'와 관련한 전선을 매우 넓게 펼치며 집중도를 흐트러뜨리는 듯한 모습도 나타났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재판에 참석하기 앞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주제로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지금 국제 외교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식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될 상황"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민주당이 앞서 예고했던 이날 일정만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대한민국 성장 전략' 집권플랜본부세미나 ▲더불어민주당 여론조사검증 및 제도개선특위 토론회 안내 ▲K벤처 생태계 경쟁력 강화방안 관련 민생경제회복단 현장간담회 ▲추경안 예산편성 관련 간담회 등에 달했다. 이날은 조정식·김영배·홍기원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다녀온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