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시대 개막…'한국' 빼고 모두 정상회담 조율 모드
입력 2025.01.22 00:40
수정 2025.01.22 00:40
주요국 정상들, 트럼프에 환영 메시지
'정상회담' 시사하며 일정 조율 돌입
"대통령 부재 속 트럼프에 적합한 인사 불가능
민간 차원서 핵심 인사 파악해 관계 구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일본,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조율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집권 여당 국민의힘 방미단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나, 취임식에 초청 받지 못하는 등 순탄치 못한 한미관계 현실을 마주했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임 환영 인사와 함께 러브콜을 보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간 틀 보다도 양자 간 협의를 우선한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미국 국익 쌍방을 살리면서 세계평화, 세계경제에서의 양국 간 관계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 지를 중심으로 진지하게 논의해 신뢰 관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서는 취임식에 참석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무상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일정은 최종적으로 쌍방 사정이 맞는 날을 결정하게 된다.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고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새 미 정부와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이른 시일 내에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취임 후 100일 안에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날 의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시 주석과 전화통화로 미중 무역균형과 마약 펜타닐 규제 등 현안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고 알렸으며,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시 주석과 가능한 빨리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정상회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대신 임기 첫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칭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면서 한국을 배제한 북한과의 정상회담 재개를 암시했다.
외교 공백 우려가 가속화되면서 국회가 나서 대미 외교 활동을 전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공식 방미단과 나경원·강민국·조정훈·김대식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 구성된 당 차원 방미 외교단이 방미길에 올랐으나, 당초 야외에서 예정됐던 취임식이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리면서 입장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앞서 취임식은 당일 한파 영향으로 장소가 국회 내 중앙홀(로툰다)로 바뀌면서, 수용 가능 인원은 22만명에서 600명 정도로 제한됐다.
전문가들은 현(現) '대행의 대행' 체제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 하에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긴 한계가 분명할 것으로 진단했다.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은 "그간 우리 외교 관계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던 '외교안보실'은 이미 그 수명이 다됐다. 미국의 노선이 180% 변한 지금 그에 부합되는 인사가 외교안보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부재 속에 불가능한 일이다. 동북아 역학관계 역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주도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신 정부의 엘리트와 그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핵심 인사들을 세밀하게 파악해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으로 짚었다.
박 위원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무력화된 상태인 만큼 국가가 정상화 될 때를 대비해 민간 외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실제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 놓아야 한다"며 "중국과 관계에서 '꽌시'를 강조하나 꽌시란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엘리트' 역시 관계를 대단히 중요시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과업인 '대중국 억제 정책'에서 한반도와 대한민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놓칠 수 없는 존재"라며 "현재 여건이 좋지는 않으나 우리가 가진 카드는 언제나 유효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