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에 힘 보탠 국민연금…MBK·영풍 “자리보전 연장 수단”(종합)
입력 2025.01.17 18:57
수정 2025.01.17 18:58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심의
집중투표제와 이사 상한 설정에 찬성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손을 들었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상한 설정에 찬성 의견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권한 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최윤범 회장 자리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7일 제1차 위원회를 개최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수책위는 오는 23일 열릴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 중 제1-1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과 제1-2호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으로 결정했다.
집중투표제란 복수 이사 선임 시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1인 또는 수인에게 집중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가능성을 높여주는 제도다.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제2호 내지 제5호에 대해서는 제1-1호 및 제1-2호 안건의 주주총회 결과로 정해지는 경우의 수에 따라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분율을 7.49%에서 4.51%로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 상징적인 역할로서 이번 임시 주총 참여 주주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임시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확정했다. 유미개발은 고려아연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명분으로 이를 청구했다. 유미개발 이사회는 최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최 회장의 제안으로 볼 수 있다.
영풍·MBK가 의결권 기준 지분이 과반에 가까워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규정에 따라 여러 소수 주주로 구성된 최 회장 측에 좀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고려아연 지분 구성은 대략 ▲MBK·영풍 연합 40.98%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 17.50% ▲고려아연 우호세력(추정) 16.85% ▲자사주 12.27% ▲기타주주 7.89% ▲국민연금 4.51% 등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나머지 기타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기타주주에서는 외국계 기관이 7%에 달하며 국내 기관 및 개인 주주는 1%가 안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 주총 결과는 사실상 외국계 기관과 국민연금 손에 달린 셈이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이 실리게 됐다. MBK·영풍은 집중투표제에 반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어렵게 되고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주주 권한 강화,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MBK·영풍도 이날 이와 관련된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 시,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될 것이며, 이와 같은 상황은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의 설득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