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번거로운 일 떠넘기고 공만 취하려다 저지…공조 무용론 거세질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600]
입력 2025.01.07 05:04
수정 2025.01.07 05:04
공수처, 6일 尹 수사권 유지한 채 체포영장 집행 업무만 경찰 일임 시도…경찰, 사실상 일임 거부
법조계 "공수처, 경호처의 거센 저항 대응 전략 못 세워…결국 수사 역량 및 의지 부족만 드러낸 것"
"공수처, 근본적으로 내란죄 수사권 없어…尹 체포했어도 권한 놓고 또 다시 위법 논란 불가피"
"경찰 내부서 '공조 무용론'만 거세질 듯…수사 밀행성 원칙 지키고 현장 지휘체계 통일 했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업무를 6일 경찰에 넘기면서 수사권은 공수처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공수처가 번거로운 일은 떠넘기고 공만 취하겠다는 것으로, 수사 역량과 의지 부족만 거듭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공수처의 일방적 업무 일임 시도에 불만이 고조된 경찰 내부에서 '공조 무용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5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앞서 윤 대통령이 3차에 걸친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하자 내란 수괴 혐의를 적용해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서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경호처의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집행 착수 5시간여만에 철수했다.
당초 공수처가 집행 인력을 충원하는 등 추가 준비를 거쳐 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재집행 시도는 없었고, 공수처는 1차 집행 실패 사흘 만에 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는 체포영장·수색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를 둘러싼 공수처법상 수사가능 범죄 논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는 기관인 공수처가 경찰 인력을 지원받아 집행에 나서는 '지휘' 형태를 띠는 데 대한 반발 등 여러 법리적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집행 현장 상황이 점점 더 강 대 강으로 대치되고 있지 않느냐"며 "1차 집행 때 이 정도로 강한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장의 통일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이 신속히 진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은 "내부적인 법률 검토를 거쳐 해당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공수처가 집행 주체가 맞다. 사건 재이첩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공수처와 협조는 공고히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조직 인력과 수사 경험, 역량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경호처의 거센 저항에 대응할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공수처가 수사 역량과 의지 부족만 드러낸 것이다"며 "근본적으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수사인력을 더 투입하는 전략을 세워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해도 이후에 권한과 절차를 놓고 위법 논란에 또 다시 직면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들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고선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에 막히니 집행 업무만 일임하겠다는 판단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번거로운 일은 넘기고 공만 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이번 공수처의 일방적 업무 일임에 불만이 고조된 경찰 내부에서 '공조 무용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공수처가 경호처의 거센 저항을 아예 예상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실제로는 그대로 실행하지 않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정치적 부담,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부상자 발생 등의 이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며 "이러한 현실적 이유 외에도 수사 의지 부족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사실상 공수처가 감당이 안 되니까 뒤늦게 경찰에 넘긴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집행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사전 협의 없이 넘긴 것이므로 경찰의 불만도 상당할 것이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체포영장 재청구 혹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똑같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전제로 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소한 '수사의 밀행성' 원칙을 지키면서 집행 당시에라도 지휘 체계를 통일하는 등 확실한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차라리 위법성 논란이 없도록 수사를 경찰에 재이첩하고 검찰에 영장을 신청,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정석적인 단계를 밟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