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새해 앞두고 '조직 다이어트'…미래 사업 전략 '골몰'
입력 2024.12.31 06:00
수정 2024.12.31 06:00
기존 조직 통·폐합으로 몸집 줄이고
생성형 AI 등 먹거리 확보 여력 준비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연말 조직개편을 마쳤다. 공통적으로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인공지능(AI) 팀을 강화하는 등 변화의 방향을 선택했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금융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 금융권에서 내부통제 논란과 이자장사 관련 지적이 있었던 만큼 내년 쇄신을 위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모두 새해 맞이 대규모 조직 개편을 완료했다.
우선 은행들은 모두 본부 조직을 통·폐합해 조직 몸집을 줄였다. 국민은행은 기존 31본부 139부였지만 27본부 117부로 몸집을 줄였고, 하나은행은 본점 12개 부서를 기존 부서에 통합했다. 우리은행 역시 자산관리와 연금사업을 하는 WM그룹을 개인그룹, 기업그룹과 묶었다. 신한은행은 '고객솔루션부'를 신설해 기존 고객솔루션그룹 안의 개인솔루션부와 기업솔루션부를 일원화했다.
지주 차원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KB금융은 본부급 '소비자보호' 조직을 '소비자보호담당'으로 바꿔 대표이사 직속으로 바꿨고, 기존 계열사별로 다양한 명칭을 사용했던 준법지원부 등을 '준법추진부'로 통일했다. 내부통제 논란 속 효율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걸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은 기존의 그룹손님가치부문을 '시너지부문'으로 바꿨고, 시너지부문에는 자본시장본부를 신설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자본시장본부는 부채 중심의 금융구조를 자본 중심의 금융구조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목표로 내건 '부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의 금융 구조 전환'과 같은 맥락의 변화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내 위원회 직속으로 임원 감찰 전담기구인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실장에 검사 출신의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윤리경영실은 내년 3월 출범하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산하로 편제돼 그룹사 임원 감찰, 윤리정책 수립 및 전파, 내부자신고 제도 정책 수립 등의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동시에 4대 금융은 AI 혁신에 힘을 줘 미래 사업 확장도 꾀했다. 특히 AI 트렌드인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당국은 '생성형 AI 지원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기존 금융AI센터를 확대 개편하고 LG와 엔씨소프트에서 AI 분야 인재를 영입했다. 하나은행도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존 AI·디지털그룹을 '디지털혁신그룹'으로 확대했다.
금융그룹들이 이처럼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하며 조직개편에 나선 것은 탄핵 정국과 고환율 등 불안정한 금융 상황이 장기화된다는 예상이 나오자 선대응하기 위한 걸로 분석된다. 특히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오자 경기 침체를 어느정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거다.
외부에서는 경기 침체 뿐 아니라 올해 금융권에서 내부통제와 이자장사 등 여러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개편으로 확실한 쇄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정성에 연말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은행권에서 새해 계획을 잘 수립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며 "시장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