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고환율에 고민 깊어진 한은…경기부양 '딜레마'
입력 2024.12.26 14:48
수정 2024.12.26 14:50
원·달러 15년여 만에 1460원 넘어
내년 첫달부터 기준금리 향방 '주목'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탄핵 정국 장기화와 내수 침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2기 출범 등이 겹악재로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을 자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2원 내린 1455.2원으로 출발한 후 오전 10시 21분쯤 1465.5원까지 치솟었다. 이는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 기록한 1460.3원을 넘어선 연중 최고치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을 시사하면서 그 여파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1월 16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 지고 있다. 내년 한은의 통화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부양’으로 옮겨갔는데 고환율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앞서 한은은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안을 발표하고 “기준금리는 경제 상황에 맞춰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1월에 금리 인하를 택한다면, 올해 10월과 11월에 이어 3연속 인하다. 금리를 연속으로 3회 이상 낮춘 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146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이다. 특히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한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미국의 금리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까지 빠르게 낮추면, 원화 가치 하락과 함께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이 커진다.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환율이 뛰면 달러 기준으로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파생금융상품 등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내년 1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완화된 통화정책이 다시 가계 빚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05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021년 1분기 말 처음 9000만원을 넘은 뒤 3년 6개월 만에 평균 500만원 가량 대출 잔액이 늘었다.
다만 고환율은 강달러가 주요 원인으로 다른 나라 통화도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대체로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시기와 인하 폭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1.9%로 전망했던 내년 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졌다”면서도 “(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