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의혹'…이기흥 최측근 8명, 피의자로 특정
입력 2024.12.02 17:35
수정 2024.12.02 17:35
이기흥 체육회장, 2021·2023년 후배 업체에 연 70억 일감 몰아준 혐의
업체 리베이트 정황도 포착 및 압수물 분석 중…윗선 수사 가능성 주목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부당 용역계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과 용역업체 사이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대가로 뒷돈이 오간 정황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상혁 부장검사)는 진천선수촌 고위직 A씨와 대한체육회 관계자 B씨, 용역업체 대표 C씨 등 8명을 최근 이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했다.
A씨와 B씨는 체육계에서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며, C씨는 이 회장의 고교 후배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2023년 연간 70억원대의 선수촌 시설관리 용역을 C씨의 회사가 따낼 수 있도록 심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점수를 몰아준 혐의(업무방해 등)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3개 회사 중 C씨 회사가 입찰액 가격 평가 2위를 했음에도, 이들이 높은 정성평가 점수를 부여해 1위로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가격 평가는 100점 만점에 20점을 차지하며 나머지 80점은 주관적인 기술 평가다.
2023년뿐 아니라 2021년 계약 당시에도 선수촌·체육회 관계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여해 입찰액 평가 꼴찌였던 C씨 회사를 낙찰 회사로 만들어줬다는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21년과 2023년 C씨 회사가 연거푸 용역 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C씨가 선수촌이나 체육회 관계자들에게 금품 등으로 로비를 한 사실이 있는지도 수사 중이다.
피의자들 가운데 이 회장 측근들이 포함된 점에서, 이들이 '윗선'의 지시에 따라 C씨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범행을 저질렀거나, 로비 금품 등을 윗선과 나눴을 가능성도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번 사건이 개인 비리인지, 조직적인 리베이트 사건인지는 수사가 진행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진천선수촌 등을 압수 수색한 검찰은 PC와 휴대전화, 회계장부, 업무수첩 등을 확보해 2021년과 2023년 용역 심사 당일 피의자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분석 중이다. 또 C씨가 검찰에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 외에 숨겨진 휴대전화가 있는지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