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북한군 파병' 대응 위해 맞손…"군사 지원은 충분히 논의해야"
입력 2024.11.05 05:00
수정 2024.11.05 05:06
4일 첫 전략 대화…'안보·방위 파트너십' 문서 채택
EU 외교수장, 한국에 '군사 지원 요청' 암시
"북한군 참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목적도 생각해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 대응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국이 안보·방위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EU가 우리 측에 군사적 지원 요청을 할 가능성도 예상됨에 따라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움직일 필요가 있단 진단이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차 한·EU 전략대화를 갖고 안보·방위 파트너십 체결과 북·러 협력 등 한반도 정세, 국제 정세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한·EU 전략대화는 지난해 5월 한·EU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신설된 회의체다.
양측은 이날 한·EU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협의했으며, '안보·방위 파트너십' 문서도 채택했다. 문서에는 해양안보·사이버·비확산 등 15개 분야의 협력이 명시됐다.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동북아시아에도 위협'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군사원조를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측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면 군사원조를 포함해 모든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며 군사지원 요청을 암시하는 듯한 대답을 내놨다.
그러나 EU의 당면 과제를 우리 정부에게 전가하려는 목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서유럽이 약화된 상황에서 한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의도 또한 내포돼있단 해석이다.
박진기 세종대학교 대우교수·K-정책플랫폼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지금 서구 유럽은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그리고 그 불을 스스로 끌 능력도 부족하고, 유럽 내 각국별 협력 의지도 약해 보인다"며 "북한군의 참전을 명분으로 대한민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좀 더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이어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이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우리 병력의 파견까지 요청할 지도 모른다"며 "근본적으로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지역 안보 차원에서 당연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다르다. 지원의 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나토에 가맹했거나 우크라이나와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닐 뿐더러, 우리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조차 러시아와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기 위해 병력 파병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관계에 있어 선을 명확하게 그어야할 필요성이 있단 점을 짚었다. 박 위원은 "유럽 각국이 '무기 수출'을 요청한다면 협조하되 '우리가 확보해야할 국익'에 있어 요구 조건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한반도의 안보 환경상 우리는 EU가 아닌 차기 미 행정부와의 동조가 가장 중요한 것인 만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결정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확정된 뒤에 충본히 (미국 측과) 논의한 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