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러·우 전쟁 모니터링단 파견' 논쟁…정보당국은 "국가안보 위해 검토 가치"
입력 2024.10.30 00:20
수정 2024.10.30 00:20
정보위원회 국정원 대상 비공개 국감
민주당 "전쟁 획책 의심" 맹폭 가운데
국정원 "북한군 역량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우크라 측과 협의 중요"
정부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참관단(모니터링단) 파견 등 '대응 옵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권에서 북한군 포로 '신문조'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고리로 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29일 진행된 국가정보원 대상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모니터링단 파견에 대해 긍정적 답변이 나온 가운데, 민주당은 전날까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안보' 이슈와 관련 대여 공세에 열을 올렸다. 이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안보 문제까지 탄핵 공세의 일환으로 삼는다"고 반박하면서, 여야 온도차가 확연했던 상황이다.
국정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러시아 파병 북한군 동향과 모니터링단과 관련한 내용 등을 보고했다.
이날 정보위에 따르면 정보당국인 국가정보원에서는 모니터링단 파견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모니터링단 파견과 관련한 국정원의 입장은 '북한군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모니터링단 파견에 있어 실제 진행 여부 및 규모·절차 등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에 따르면 이 같은 정보당국의 입장 표명 이후, 현지 모니터링단 파견과 관련한 국감 추가질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니터링단 파견에 대한 내용은 이날 전체 국감 중 '오전 국감'에서만 언급됐다고 전했다.
야당 정보위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오후 이뤄진 두 번째 현장 취재진 브리핑에서 "일단 국정원은 참관단이라든지 신문단이라든지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쓰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전장에 투입돼 전쟁을 수행한다면 그 과정에서 포로·이탈자가 발생해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하면 그런 경우가 (모니터링단 파견과 관련한) 첫번째, 두번째로는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한국에 협조 요청이 있다면, 그 요청의 수준과 내용을 보고 구체적으로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해선 국정원이 여타 정부기관과 함께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이어 여당 간사인 이성권 의원에 따르면 조태용 국정원장은 "북한이 해외파병을 해서 전투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고, 거꾸로 우리가 북한군의 역량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국가 안보에 필요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우크라이나에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을 파견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와 협의가 중요한데, 그 결과에 따라 관련 내용이 구체화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에서 모니터링단 파견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북한군 전쟁포로를 심문하기 위해서 신문조를 파견하겠다고 한다. 전쟁 포로에 대한 심문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는 그냥 영화 장면들을 상상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날을 세웠던 상황이다. 급기야 "'혹시 어느 전선에 계셨나' '어떤 어떤 작전에 참여했나' 이렇게 묻겠느냐. 얼마나 잔학한 행위들이 벌어질 것 같으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고문 기술을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라며 모니터링단 파견을 폄하했다. 뿐만 아니라 " 우크라이나에는 북한 말을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느냐. 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기관이 남의 나라 전쟁포로 심문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냐"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기화로 혹시 한반도의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야당이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고, 정권 퇴진공세에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북한군의 러시아 남서부 전선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며 "그런데 야당은 그 책임을 대한민국 정부에 뒤집어씌우고, 이를 정권퇴진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당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동향과 관련해선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다.
국정원은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정보위원들에게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가 있어 이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김 부총참모장은 KN-23 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관련해 일종의 선발대 개념으로 먼저 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참모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부 측근이자, 외신 등에서 러시아 파견 부대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 파병군들이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역) 쿠르스크로의 이동이 임박해지고 있는 점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또한 국정원은 "북한에선 군 입대 연령이 18세부터 시작된다. 파병된 폭풍군단 군인들은 10대 후반도 일부 있고 20대 초반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밝혔다. 폭풍군단은 북한 제11군단의 별칭으로, 북한의 대표적 특수부대로 꼽히는 부대다.
국정원은 '파병 북한군 전투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의원 질의에 대해선 "(파병된 북한군이) 앳돼 보일 수 있다"면서도 "기본 전투훈련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전투능력을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