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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 파고드는 야권, '김건희 특검법' 둘러싼 속내는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10.25 06:10 수정 2024.10.25 06:10

민주당 "제3자 추천 특검 논의 가능하지만

특별감찰관 추천안 절대 수용불가" 재확인

야권 "한동훈 이용해 윤석열 잡는 최적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실

'김건희 리스크' 해결 방안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한편, 한 대표에겐 힘을 싣는 모양새를 취하며 여권의 내홍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계속 행사할 게 자명한 윤 대통령과 달리, 한 대표가 '제3자 김건희 특검법'을 제시할 경우에는 논의의 여지를 열어뒀다. 야권이 윤·한 면담 이후 여권 내 균열을 공략해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24일 통화에서 "김 여사 문제로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제안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지금 그나마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 만한 내용은 '제3차 추천 특검'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한 대표가 제시한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강제조사 권한이 없는 특별감찰관으로는 김 여사 의혹을 규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한 대표는 이제 더 이상 피하지 말고 행동으로 국민 앞에 결기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놓고 김건희 특검을 반대한다면 비겁하다는 소리만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서 거론된 '제3자 추천' 방식의 김건희 특검법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안을 내놓으면 민주당 안과 병합 심사해 수정안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를 다독여 '김건희 특검'을 조속히 실행시키자는 취지의 의견도 나왔다. 내달 15일 전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2차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내용 중 여당이 독소 조항이라고 꼽은 부분을 이재명 대표가 일부 양보해서라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는 제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17일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는 기존 특검법 내 수사 대상에 포함된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더해, 명태균 씨를 통해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내 이같은 내용을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가운데)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원로 인사인 박지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김건희 특검이 (문제) 해결의 길이라는 것에 두 대표는 인식을 같이한다고 판단한다"며 "원외 인사인 (한) 대표를 위해 총대를 매줄 (여당) 의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가 합의하도록 민주당이 한 대표의 견해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정치 원로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BS라디오에서 "특검법, 이제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한 대표가 '이러이러한 부분들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던 것들은 이 대표가 조금 양보해서라도 특검을 통과시키는 게 그나마 대한민국을 다음 단계로 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조국혁신당은 아예 한 대표를 직접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겨 이목을 끌었다. 22대 국회 들어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채택하며 대립각을 세우던 모습에서 180도 돌변한 것이다.


조국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형과 형수냐, 아니면 국민이냐. 어느 편에 설지 택하라"며 "국민의 편에 서겠다면 윤 대통령 부부와 단호히 결별하라. 좋은 선택을 하길 조국혁신당이 응원하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쥐고 "한동훈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여사 특검법은 여야 대표 회담 의제로 올라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 내달 14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고, 이튿날인 15일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예정된 만큼, 여야 대표 회담은 시기와 상황을 고려했을 때 11월 초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의 해외 일정 등 변수로 인해 이날 본회의 개회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의장실 관계자는 "아직 (본회의 시기가) 결정된 건 없다. 11월 14일을 '김건희 특검법' 표결 시점으로 보는 건 민주당의 생각"이라며 "해외 순방 일정으로 인해 국회의장이 14일에 한국에 도착해 물리적으로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시간표상으로는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윤·한 갈등 이후 민주당이 자연스레 정국 주도권을 잡게된 것"이라며 "여당 대표마저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으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이제이'(적의 적은 나의 동지), 즉 한 대표를 이용해 대통령을 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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