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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빅 홍승석 대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충분” [인터뷰]

서울 강남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4.10.18 07:37 수정 2024.10.18 07:47

현재 재무 건전성 확보, 프리미엄 우레탄 공 제작

미국 시장 공략해 인지도 제고, 매출 더블 업 기대

1980년 문을 연 볼빅은 대표적인 한국의 골프공 브랜드 업체다.


볼빅이라고 바로 떠오르는 것이 ‘컬러볼’. 볼빅은 독특한 디자인의 컬러볼을 앞세워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과도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재무 구조에 빨간불이 켜진 것.


결국 볼빅의 경영진은 교체됐고 지난 2022년 3월 홍승석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전문금융인 출신의 홍 대표는 솔브레인저축은행 대표와 화장품 업체 제닉의 부대표를 역임, 골프계와는 접점이 없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대표이사직에 선임된 이유는 분명했다. 불안정한 재무 구조의 개선, 볼빅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 제시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홍승석호가 출항한지 벌써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볼빅의 현재는 어떻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볼빅 홍승석 대표이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대표직에 오르기 전, 볼빅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전문금융인인 홍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볼빅의 상황에 대해 들려 달라.


홍승석 대표 : 볼빅 인수 당시 재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골프 산업에서 볼빅이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위상 또한 높이 평가 받을 부분이었다. 때문에 재무적인 부분, 즉 경영 정상화를 시킨다면 브랜드 가치도 회복될 것이라 내다봤다.


취임 후 9개월 정도, 그러니까 2022년까지는 재무 상황을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했고, 그와 동시에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2023년에는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매출 부분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Q : 평탄한 행보는 아니었을 것 같다.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분명 있었을 텐데.


홍승석 대표 : 2022년 말 충북 음성에 위치한 1공장이 화재로 전소돼 1년간 생산의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파트너사, 직원 모두가 노력을 쏟아 부었고 1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재건 후 더욱 강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2024년은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준비들을 했다. 그리고 1공장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프리미엄 우레탄 볼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된 2024년이다.


물론 경기 침체, 특히나 골프 산업이 올 한 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볼빅 또한 양적인 성장에서 부족한 면이 이었다. 다만 질적인 면과 자체 경쟁력 부분에서는 분명한 성장이 있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볼빅 홍승석 대표이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아직 이르지만 2025년의 목표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 볼빅이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도 맞닿아있을 것 같다.


홍승석 대표 : 국내 시장만 놓고 봤을 때 큰 호황을 누렸던 코로나19 시기만큼의 급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볼빅이 갖고 있는 브랜드, 무엇보다 올 하반기 출시한 콘도르 S3, S4를 통해 프리미엄 우레탄 볼 시장에서의 영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미국 시장 공략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법인을 재편성했다. 올해에는 미국 경영진들과 조화를 이뤄나가고, 전략을 보다 명확히 하는 시간이었다. 2025년에는 미국 및 해외 시장서 볼빅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Q : 인지도 향상을 위해서라면 제품의 홍보, 마케팅 사업이 중요하다.


홍승석 대표 : 2022년 이전에는 LPGA 투어를 비롯해 큰 이벤트 위주의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지금의 볼빅은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친다. 지역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형태도 포함된다. 소비자들을 직접 접하고 SNS를 통한 마케팅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사실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것이 잘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등한시할 수는 없고 잘 활용해야 한다. 볼빅이 ‘정상화 되었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주면 대규모 자본의 참여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다 폭넓은 마케팅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의 재무 상태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큰 문제는 없으나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투자할 만큼의 자금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그럴 시기도 아니고. 기업이라는 것은 이익을 내며 성장하다 갑자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대부분의 용품사들이 매출액 감소, 심지어 적자를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이익과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


과거 한국에는 다양한 골프 클럽 브랜드와 용품사들이 있었으나 명멸했다.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알지만 이를 운영하는 기업을 잘 몰랐다. 기업이 튼튼해지고 건강해야 브랜드도 지속 가능한 상황이 온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다. 볼빅 또한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브랜드 가치를 소중히 가꾸려 한다. 그 부분에서 1단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볼빅 홍승석 대표이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볼빅은 지난 8월 신제품을 내놓았다. 프리미엄 우레탄 공인 콘도르 S3, S4다.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홍승석 대표 : 2012년부터 우레탄 볼을 론칭했고 그 볼을 통해 소속 프로들이 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다만 OEM을 통해 대만서 생산해 수입하는 방식이었다. 프리미엄 우레탄 볼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면 2류 기업으로 남는다는 판단이 섰다. 골프공 산업에서 1류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레탄 공의 직접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취임 때부터 강조했다.


출시하고 이제 두 달 정도 됐는데 시장의 반응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수많은 로봇 테스트를 거쳤을 때에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쓰는 볼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공의 퍼포먼스는 상당히 양호하고 무엇보다 디자인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매우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다. 내년부터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할 예정이다.



Q : 재무건전성과 함께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미국 시장 공략이다.


홍승석 대표 : 볼빅은 미국 골프 공 시장에서 일정 부분 차지할 몫이 분명히 있다. 단기적으로 3%, 중기적으로는 5%까지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고 단계별 전략도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 우선적으로 집중할 부분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다.


먼저 전 세계 골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비비드 등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마켓쇼를 확장하면서 볼빅 소비자 확보에 나설 생각이다. 여기에 디자인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은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디즈니와 전략적 파트로서의 계약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프리미엄 우레탄 볼에 대한 점유율 확보다. 내년 1% 이상,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이 목표이며, 달성했다면 3년 내 3%, 3000만 달러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때가 되면 매출 볼륨이 더블 업으로 갈 수 있고, 오히려 국내보다 미국에서의 매출이 높아질 수도 있다.


볼빅 홍승석 대표이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다. 그동안 골프와 관련 없는 일을 하셨다. 골프계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가 있다면?


홍승석 대표 : 저축은행 대표를 하고 잠깐 화장품 회사를 경영했다. 이후 재무 컨설팅, 기업 투자 쪽 업무를 수행하다 마침 볼빅에 대한 투자 인수 검토권이 나왔다. 나의 업무 경력, 그리고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골프라는 종목,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재미와 보람 모두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의 골프 시장은 전 세계 빅3 중 하나로 성장했는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골프를 20년 넘게 즐기면서 늘 안타까워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볼빅의 성장이 중요하다. 볼빅은 한국의 골프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다.



Q : 골프 핸디캡이 궁금하다. 또한 특별히 좋아하는 코스가 있다면?


홍승석 대표 : 예전과 다르다. 과거에 핸디캡 질문을 받으면 12개 정도라 했는데 이제는 근력이 떨어져 15개라고 한다.


좋아하는 코스는 인천 청라에 있는 베어즈베스트GC다. 한국은 산악형 골프장이 대부분이지만, 베어즈베스트GC는 간척지에 만들어 걷기도 좋고 다음 홀까지 잘 보인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어떤 방향으로 쳐야 하는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생각보다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



Q : 마지막 질문이다. 나에게 골프란?


홍승석 대표 : 학창 시절 읽었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면 인간의 정신 세계 변화를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한다. 동물로 비유하면 첫 번째가 낙타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다니는 낙타는 힘든 삶을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늘 순종적인 역할이다. 골프도 시작 단계에서는 연습장에서 폼을 배우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도 써야하고, 생소한 룰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사자다.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면 도전 의식이 생긴다. 골프를 잘 치고 싶고, 이렇게 치지 말라 하는 것은 꼭 해보고 싶고, 실패도 하고 도전도 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사자와 닮았다. 마지막으로는 아이다. 어린 아이처럼 골프와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고,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부분에서 니체가 말한 인간의 정신 3단계와 비슷한 흐름인 것 같다.


나 또한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연습하기 싫었으나 이에 순응했고, 그 다음에는 싱글 골퍼에 도전하고 누구보다 우월하고 싶었다. 지금은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을 경우 화가 나긴 하지만 그 순간 자체를 받아들이고 즐길 건 즐긴다. 골프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인생과 비유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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