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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를 숨기는 '메소드연기' [D:쇼트시네마(9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10.02 14:34 수정 2024.10.02 14:34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배우 이동휘는 거식증 환자들의 아픔을 그린 드라마 '언엑스펙티드 스타빙'(Unexpected Starving'에서 거식증 환자 박경수 역을 맡아 실제로 금식을 선언했다. 드라마 속 인물과 실제의 자신을 일치시켜 진심을 다해 '메소드연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언론과 대중은 그런 이동휘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이동휘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이제는 숨어서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드라마 마지막 촬영 날, 이동휘는 새로운 매니저를 배정 받는다. 이 매니저는 이동휘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금식투쟁을 하는 이동휘는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니 이동휘는 주머니에 있는 삼각김밥을 꺼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삼각김밥을 주머니에 넣고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삼각김밥이 주머니 속에 툭 튀어나와 감독의 지적을 받고, 설령 들킬까 봐 냅다 저 멀리 던져버리기까지 한다.


촬영장 사람들은 이동휘 앞에서 금식까지 한다며 연기를 칭찬하지만 보이지 않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 이미지메이킹이라며 조롱까지 일삼는다.


이렇게 된 이상, 드라마 촬영 전까지 먹는 걸 들켜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배고픈 이동휘는 드라마 소품으로 공수해 온 고기를 몰래 먹었고, 촬영장은 이 사건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감독은 고기를 먹은 자를 색출하겠다며 모든 촬영까지 중단, 모든 스태프들의 입 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이동휘는 감독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까지 일으킨다.


이동휘는 마지막 촬영까지 극중 거식증 환자 박경수로 남을 수 있을까.


이기혁 감독의 '메소드연기'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는 배우 이동휘의 실제와 극중 인물이 겹치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타인의 시선에 어떻게 압박받고, 자아를 잃어가는지를 능청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이동휘가 금식투쟁에 나서는 과정은 단순한 연기가 아닌, 사회적 이미지에 맞춰 살려는 현대인의 고군분투를 상징하며, 진정한 자아를 숨기는 대가로 겪는 고뇌를 드러낸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 눈은 울고 있지만 입은 활짝 웃고 있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핵심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면의 무너짐을 표현한다.


이는 곧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유머와 페이소스를 결합해 묘사한 '메소드연기'는 그 자체로 블랙코미디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제19회 미쟝센단편영화제(2020) 희극지왕 부문을 수상했으며 장편화 작업에 착수,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서 첫 상영된다. 러닝타임 30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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