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에 '암구호' 담보로 넘기고 돈 빌린 군인들
입력 2024.09.23 10:22
수정 2024.09.23 10:22
군·경·검 수사기관, 관련자 조사한 뒤 검찰 송치…북한 유출 여부도 조사
수사당국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절차도 진행할 예정"
한 군부대 소속 군인들이 3급 비밀인 암구호(아군과 적군 식별을 위해 정해 놓은 말)를 담보로 민간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정황이 포착돼 수사 기관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북경찰청과 전주지검, 군 사정당국 등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민간 사채업자와 군인 등은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담보로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군인이 제때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암구호를 유출한 책임을 져야 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 당국은 암구호가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유출됐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 측은 조선일보에 “사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 방첩사령부가 충정도 지역 모 부대에서 근무하는 일부 군인이 지난 5월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알려준 정황을 포착하고, 군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민간 사채업자 관련 수사 부분을 경찰에 이첩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한편 암구호는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됐으며 매일 변경되고,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다. 유출되면 즉시 폐기되고 암구호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안성이 강조된다. 초병이 '문어'(問語)를 말하면 대상자는 '답어'(答語)를 외치는 방식으로 피아 식별을 한다. 한국전쟁 당시 야간에도 국군과 인민군을 식별하기 위해 지금은 세간에도 잘 알려진 '화랑'(문어), '담배'(답어) 등의 암구호를 쓴 게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