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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도 35만원…차례상에서 보는 ‘하방경직성’ 물가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9.16 06:00 수정 2024.09.16 06:00

물가협회 조사 평균 차례상 비용 35만원

식료품 중심 물가 ‘하방경직성’ 강해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특성도 작용

정부 다양한 지원책 내놨지만 ‘한계’

추석 명절을 앞둔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비아5일시장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많게는 35만원대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5개월 연속 2%대 물가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의 한가위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1.8% 올라 28만원가량 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0일 기준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한가위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 4인 가족 차례상 경우, 28만790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이보다 21.3% 비싼 35만6950원이 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서는 조금 더 싸게 나왔다. aT 또한 지난 10일 전국 23개 지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마트에서 4인 가족 기준 24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차례상 차림 비용이 평균 20만4969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을 8일 앞둔 시점보다 1.2%(2449원) 비싼 수준이다. 전통시장 차례상 차림 비용은 19만5053원으로 대형마트보다 7% 저렴했다.


물가협회 기준 품목별 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애호박·시금치·무 등 채소류는 3주 전보다 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특히 애호박(한 개에 2340원)은 기상 여건 악화로 생육이 지연되고 무름병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59.2%가량 올랐다. 시금치(한 단에 1만280원)와 무(한 개에 3700원) 역시 고온과 가뭄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각각 가격이 12.1%, 10.8% 상승했다.


최근 5년간 14개 한가위 성수품 가격 변동추이로는 계란 가격이 44%로 가장 크게 올랐다. 닭고기(40.1%), 삼겹살(29.2%)도 많이 오른 항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지속 하락하다 지난 4월 이후 2%대로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전월대비 2.0% 오르는 데 그칠 정도로 안정세이지만 체감 물가는 전혀 다르다.


실제 국민 체감 물가는 데이터 컨설팅 기업 (주)피앰아이가 최근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4.9%가 작년보다 올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5.8%는 ‘꽤 많이 올랐다’고 응답, 30.6%는 ‘매우 많이 올랐다’라고 답했다. 18.5%는 ‘조금 올랐다’라고 답변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물가가 올랐다고 느끼는 이유는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 원리와 관계없이 한 번 오른 가격은 원인 인자가 제거되더라도 잘 떨어지지 않는 게 하방경직성이다.


작황 부진 등을 이유로 한 번 오른 가격은 수확량이 늘어나도 오른 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오를 땐 100원 오르고, 떨어질 땐 50원 떨어진다. 특히 공산품이나 음식류처럼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만들수록 개별 재료 가격에 반응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공산품이나 음식류는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 내놓은 ‘한국 경직적 물가 배경과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핵심 물가 경직적 흐름에는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의 이차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난 영향이 크다.


에너지 및 일부 식료품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이나 동유럽으로부터 값싸게 식료품 수입이 가능한 서유럽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식료품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한국은행 역시 외식 물가는 하방경직성과 지속성, 체감 물가 연관성도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사과와 배 등 성수품 공급을 평시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추석 명절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전국 전통시장에서 추석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한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1인당 농축산물 2만원, 수산물 2만원 한도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준다.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제로페이 수산대전상품권과 농할상품권을 20∼30% 할인 판매한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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