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 제도 개선에도 '조용'…영업 구역 규제에 '발목'
입력 2024.09.14 06:00
수정 2024.09.14 06:00
관련 인가 기준 완화 1년 넘었지만
비수도권 불리한 환경 탓 '반응 無'
저축은행업계의 인수합병(M&A)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진 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날이 갈수록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영업 구역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는 M&A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 건전성을 제고해 서민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대주주 변경·합병 등 인가 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영업 구역 확대를 동반하는 경우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지배가 허용되지 않았다. 저축은행 영업 구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총 6개로 구성된다.
하지만 개정 이후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 구역이 확대되는 인수·합병을 허용,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 저축은행까지 소유·지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동일 계열 내 다수 저축은행 소유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 3년 이내에 소유·지배 저축은행 간 합병을 권고할 수 있다.
아울러 적기시정조치를 받거나 검사 결과 재무 상태가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해당할 것이 명백한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에 한해 수도권으로 영업 구역이 확대되는 것도 허용됐다. 단 이 경우에도 동일 대주주의 영업 구역은 최대 4개까지만 허용된다.
문제는 이처럼 규제가 완화되고 업계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매각 대상 저축은행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M&A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익성은 낮은 등 영업 환경이 불리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6.6%를 기록하면서 전년 말 대비 3.2%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서울 소재 저축은행은 6.0%로 전국 평균치를 하회한 반면,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7.3%로 더 빠르게 상승했다.
또 지난해 중 저축은행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돼 -0.4%의 총자산이익률(ROA)을 기록한 가운데 서울 소재 저축은행의 ROA는 -0.3%로 전국 평균을 상회, 비수도권 지역의 영업 환경이 열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ROA는 기업이 총자산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으로 유가증권을 사들이거나 대출을 내줘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가리킨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M&A 활성화를 위해 먼저 상대적으로 부진한 지방 경제와 비대면 금융의 증가 등의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저축은행 영업 구역 규제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은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서민금융 공급을 위해 상호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수도권 저축은행은 총신용공여액의 50% 이상,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40% 이상을 영업 구역 내에서 공급해야 한다. 지방의 경제 규모가 축소되면서 영업 구역 내에서의 신용공여가 줄어들 경우 신용공여의 무비율 준수를 위해서는 영업 구역 외에서의 신용공여 규모 또한 비례적으로 축소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M&A 활성화 방안에 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현재 4개 권역으로 구분되는 비수도권 영업 구역 일부를 통합, 광역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금융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환경 변화에 따라 비대면 개인대출에 한해 총신용공여액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대출 지역을 다변화할 수 있어 저축은행 간 M&A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