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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난 이복현, 은행장들 만나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 당부(종합)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4.09.10 13:28 수정 2024.09.10 14:24

수도권 중심 주택 거래 회복에 부채 급증

전년 말 GDP 가계대출 비율 100% 돌파

"대출 관련 세밀하게 입장 못 밝혀 송구"

"정책 상품 금리 조정해 증가 규모 축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도 대출 절벽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관련 정책을 두고 시장의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래도 주택 투기 목적의 대출에 대해서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경고음을 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18개 은행장과 만나 최근 가계부채 취급동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 정우현 은행감독국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18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그간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가계대출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계의 상환부담 가중, 수요부진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긴축해 나가지 못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을 전제로 늘어난 가계대출에 대해 일갈했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선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해 달라"며 "현재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64.2%로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의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9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00.5%를 기록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복현(앞줄 왼쪽에서 여섯번 째) 금융감독원장과 18개 은행장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최근 은행권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꺾기 위해 유주택자를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 제한조치를 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어 대출절벽 현상이 우려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50%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100% 이내로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이와 같은 대출절벽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은행권은 예외 규정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8일 우리은행은 결혼, 직장·학교 수도권 이전 등의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항을 소개했으며, 이날 신한은행도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을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 원장은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이 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들이 손쉽게 금리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 비판하며 "앞으로는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은행 가계대출 관리 관련 세밀하게 입장을 내지 않아 불편을 드린 부분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국민과 은행 영업점 직원들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번 입장은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원장은 정책대출 규제에 대해 가능성을 남겼다. 그는 "정책 자금과 민간 자금의 금리 차이가 너무 과다할 경우 특례보금자리론 때처럼 일종의 대출 쇼핑 등이 강하게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정책 자금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포션들이 줄고 있는데, 앞으로도 국토교통부와 잘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급 규모를 줄이지 않고 대신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정책대출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과 국토부 입장 차이는 없다"며 "정책대출 금리를 일부 조정해 운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증가 규모를 줄이겠다는, 예측 가능하게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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