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우와 즐기던 불륜 장소"…이름난 별장 결국 애물단지 됐다
입력 2024.08.27 04:09
수정 2024.08.27 04:09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의 별장이 20년 넘게 방치되면서 처치 곤란한 곳으로 전락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베를린시 당국은 베를린 북쪽 브란덴부르크구 반들리츠에 위치한 괴벨스의 별장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무료로 기부하겠다고 공개 제안했다.
그 후로 3개월간 별장 인수에 관심을 가진 단체나 개인들의 제안이 쏟아졌지만, 당국은 아직 적절한 인수자를 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올리버 보르헤르트 반들리츠 시장은 더타임스에 "정말 미친 아이디어들을 제안받고 있다"면서 "현재 여러 제안을 수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제안자들을 초대해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접수된 제안 중에는 3억 유로(한화 약 4천400억원)를 들여 2천 가구 규모의 주택으로 개조하는 등의 방안이 있지만, 별장이 위치한 곳은 인근 마을과 동떨어진 숲속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외에도 별장 내부 전체를 BMX 사이클 경주장으로 바꾸겠다는 제안이나, 별장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공포 체험'을 촬영하겠다는 자칭 '퇴마사'들의 제안도 있었다고 보르헤르트 시장은 전했다.
문제는 최근 독일에서 소속 정치인들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비롯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네오나치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르헤르트 시장은 현 독일 정부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극우 단체가 다른 이름을 내세워 몰래 빌라 구매를 시도하려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괴벨스는 나치 선전 활동으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그가 호숫가 숲속에 자리한 이 별장 부지를 처음 소유하게 된 것은 1936년으로, 당시에는 지금보다 작은 크기의 별장이 이 자리에 있었다.
당시 체코의 한 여배우와 불륜 관계였던 괴벨스는 이 별장을 외도를 위한 장소로 즐겨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괴벨스가 1939년 원래 있던 작은 별장을 허물고 넓이 1천600㎡에 방만 70여개에 달하는 호화 별장을 지은 것이 지금까지 남아 당국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군이 잠시 병원으로 쓰기도 했던 이 별장은 동서 분단 이후에는 동독 당국이 청소년 교육 장소로 사용했다. 1999년 이후에는 방치돼 잡초가 자란 폐가로 전락해있다.
건물과 부지를 소유한 베를린시는 건물이 쓰임새 없이 방치돼 유지비만 매년 수억원씩 들자 이를 아예 철거하고 일대를 숲으로 가꾸는 '재자연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을 철거해선 안된다는 브란덴부르크 당국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현재까지 뾰족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