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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체육 공원의 낡은 시설 사고, 누구의 책임인가? [데일리안이 간다 65]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7.25 05:02
수정 2024.07.25 05:02

6월 60대 남성 공원 운동기구 케이블 고장으로 사망…사고 원인 놓고 유가족과 지자체 팽팽히 맞서

시민들 "케이블이 끊어져 사고 발생했다면 관리자 책임…사전에 철저한 관리·유지·보수 이뤄져야"

시 관계자들 "사고 대비해 영조물배상책임보험 가입…개인 운동 기구는 보험 대상서 제외"

전문가들 "영조물 수선 유지 의무 지켜져야…시설 관리인 배치 및 안내문 부착해 이용자 보호해야"

서울 동작구의 한 시민 공원 내 운동시설에서 시민들이 운동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 도심 공원에 설치된 낡은 운동 기구들을 이용하다가 시민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가 운동 기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라는 의견과 이용자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고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조물 관리 책임에 따라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면 지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일리안은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야외 체육 시설을 찾았다. 해당 시설에는 이른 시간부터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저마다 운동 기구를 하나씩 가지고 운동하고 있었다. 기자가 시설 내 10여 개의 운동 기구를 살펴본 결과, 일부 기구는 심각하게 녹이 슬어 있는 등 관리가 미흡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운동 기구의 사용 방법과 주의 사항 적힌 안내문은 뜯어져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녹슨 운동기구와 훼손된 운동기구 사용 방법 및 주의 사항 안내문.ⓒ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실제로 지난달 서울에 위치한 한 야외 공원에서는 운동을 하던 6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케이블 플라이'라는 운동기구의 케이블과 손잡이를 연결하는 고리가 고장 나 케이블이 끊어지며 머리부터 땅에 부딪힌 것이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고 5일 만에 숨졌다. 같은 달 서울 다른 공원에서는 70대 여성이 물구나무서기 운동기구 '거꾸리'를 이용하다 떨어져 디스크가 터지고 척추가 골절되는 사고도 일어났다.


이날 운동을 하고 있던 한모(66)씨는 "최근 사고 관련 뉴스를 봤다. 그 이후부터는 평소보다 더욱 조심히 운동하게 되더라"며 "지금 여기는 어느 정도 관리를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시민 안전을 위해 더 꼼꼼하게 유지·보수를 해줬으면 한다. 또 사고 발생 시 과실을 따지거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모(63)씨는 "케이블이 끊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관리자 측의 책임이 맞는 것 같다. 시나 자치구 등에서 관리를 하는 곳이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시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하게 관리나 유지·보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우려에 서울시 등 지자체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영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영조물배상책임보험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시설물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험이다.


시 관계자는 "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보험을 통해 당연히 시에서 책임을 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기적으로 유지·보수하고 있으며 민원이 들어오면 수리를 하거나 철거 후 새 기구로 교체를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한 체육공원 관리자도 "보수 요청 민원이 한 달에 5건 이내로 들어온다"며 "운동 기구가 쇠로 돼 있다 보니 오일 형태의 부식 방지 제품을 바르는 등 보수에 힘쓰고 있다. 너무 녹이 슬어 문제가 된다 싶으면 교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체육공원에는 개인이 가져온 아령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 관리자는 "문제는 공원에서 쓰려고 개인이 가져다 놓은 운동 기구다. 이런 기구는 공원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며 사고 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며 "운동하시는 분들에게 치워 달라고 요청하지만 여전히 공원 한 곳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은 "지자체 등은 영조물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기 때문에 영조물의 수선 유지 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지자체의 책임"이라며 "체육 시설에 관리인 등을 배치하거나 이용 방법 혹은 주의 사항 등이 적힌 안내문을 통해 사용자에게 주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 영조물 관리 책임에 포함된다"고 조언했다.


양정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지자체 등이 만든 공공의 영조물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해 사고가 날 경우 배상하게 돼 있다"며 "일반적인 안전성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개인의 부주의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국가에 배상을 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원 내 체육 시설 곳곳에는 하자 등 민원 발생 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관리 시설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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