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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불법인줄 몰랐어요"…거리의 무법자 10대들의 킥보드 [데일리안이 간다 64]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7.24 05:12 수정 2024.07.24 05:12

운전면허 없는 청소년, 킥보드 대여 많다 보니 사고 급증…지난해 2만68건, 3년 사이 5배 증가

경찰 "킥보드 사용자 중 무면허 이용자 특정할 수 없어 학교 주변 등에서 단속 강화"

전문가 "면허 확인 의무화 제도적 근거 마련하고 탑승 시 면허 인증하는 체계 구축돼야"

"기존의 도로교통법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PM만을 위한 제대로 된 법 제도 필요"

서울 신촌역 출구 바로 앞에 공유 전동 킥보드 여러 대가 서 있다. ⓒ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최근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전동 킥보드를 타면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무면허 운행, 2인 이상 탑승 등 안전 수칙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데, 면허 소지여부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쉽게 빌릴 수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면허 취득 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나 계도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탑승할 때마다 면허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는 여고생 두 명이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다 산책하던 60대 부부를 덮쳤다. 이 사고로 부부 중 아내는 뇌출혈로 9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 외에도 경북 영주와 충북 옥천 등에서도 청소년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전동 킥보드에 탑승했던 이들은 모두 무면허 10대였다. 공유형 킥보드 업체 등에서는 회원가입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음주운전 금지, 2인 이상 탑승 금지, 원동기면허 이상 등록 필요 등을 고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심지어 어떤 청소년들은 전동킥보드를 대여할 때 면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안전모 등 보호 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채 공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한 시민. ⓒ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지난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 등 PM(Personal Mobility·개인형 이동장치)은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만 운행할 수 있다. 만 16세부터 원동기 면허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무면허로 운행 중 적발되면 만 14~18세의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며, 만 13세 이하는 부모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공유 킥보드 업체에 대한 의무 조항이나 벌칙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킥보드 대여 시 면허 인증 과정이 허술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데일리안이 한 공유 킥보드 어플을 다운 받아 확인해 본 결과, 별도의 운전면허 등록 없이 킥보드 대여가 가능했다.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 소유자만 이용 가능하다'는 문구가 안내됐지만 면허 등록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면허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주차된 킥보드의 QR코드를 스캔하니 킥보드가 작동되기도 했다.


운전면허조차 없는 청소년들이 킥보드를 많이 대여하다보니 사고도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에 제출한 'PM 연령대별 사고·사망·부상 현황'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다 적발된 사례는 2021년 3531건이었다. 이어 2022년 1만3365건, 지난해에는 2만68건으로 3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10대 이용자가 일으킨 사고 건수는 549건, 1032건, 1021건으로 늘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어플 속 안내된 안전 수칙. 면허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나왔지만 면허 등록을 강제화하는 절차는 없었다.ⓒ킥고잉, Beam 캡처

23일 오후 데일리안은 학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신촌역 인근을 찾았다. 신촌역 입구에는 공유 전동 킥보드들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평소에 공유 전동 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17)군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 유용하다"며 "어플에서 면허 등록을 의무화하지 않아서 무면허가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채모(18)군도 "주변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킥보드를 타고 다니다 보니 이게 불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두 명 이상 등 여럿이서 타는 경우나 단속에 적발되는 줄 알았다. 앞으로 이용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41)씨는 "10대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는 걸 보면 아찔하다. 내 자녀도 저러지 않을까 싶어 걱정된다"며 "업체 등에서 대책을 마련해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킥보드 이용자 중 누구를 무면허 운전자라고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은 학교 주변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두바퀴차(이륜차, PM 등)의 올바른 운행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무면허 운행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면허 확인을 위한 제도적 근거가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뉴시스

김필수 PM산업협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0대들은 전동 킥보드의 위험성을 잘 모른다. 무면허 운전 금지, 2인 이상 탑승 금지 등의 여러 차례 교육을 통해 위험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또 기존의 도로교통법에 끼워 맞춘 것이 아닌 PM만을 위한 제대로 된 시스템과 법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전동 킥보드는 이용이 용이하고 이동 편의성도 뛰어나 10대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면허를 취급한 뒤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나 계도가 이뤄져야 한다"며 "킥보드 업체에서도 면허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탑승 시 면허를 인증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다른 사람의 면허를 빌려 인증하는 방식 등도 원천 봉쇄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전동 킥보드의 최고 속도를 20km로 낮추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정확한 것은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20~25km 운행하더라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위험 회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속도를 20km 밑으로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국회 때 발의됐다가 폐기됐던 '개인형 이동 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이번 국회 때 재발의 됐다. 이 법안은 '킥보드 업체는 운전 자격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법 제정을 통해 업체들에게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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